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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맨·아톰·박보검…당신의 영웅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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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영웅이 사라진 시대의 역설일까. 지난 20일 서울 통일로 1번지 문화역서울 284에서 개막한 ‘페스티벌 284: 영웅본색(英雄本色)’은 평범함과 비범함의 경계를 허물면서 오늘의 영웅을 찾아 나선 융복합 예술 잔치다. 30년 전 영화 ‘영웅본색’의 화면에 드리웠던 주윤발과 장국영의 검은 그림자를 걷어내고 경쾌 발랄하게 2016년 강호(江湖)의 가치를 예술로 다시 세우려는 8개국 24팀 70명 작가가 참여했다.

8개국 70명 작가 사진·영상
서울역서 ‘영웅본색’전 열려

서울역 들머리에서 관람객을 맞는 건 김광수 건축가가 세운 ‘만다라 영웅’이다. 비닐하우스를 본 따 세운 가건물 안에 액자들이 죽 늘어섰다. 자신이 영웅으로 생각하는 인물을 찍어 보내면 액자로 만들어 배달해주고, 그 액자가 놓인 공간 사진을 다시 보낸 뒤 현장에 나와 기념사진을 촬영해 3개 액자로 관계가 완성되는 일종의 액자놀이다. 배우 박보검부터 멍멍이까지, 2016년 시민이 생각하는 영웅의 면면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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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선수 박찬호를 영웅으로 세운 권오상의 사진 조각.

천정이 높은 옛 서울역 중앙홀에 들어서면 눈에 익은 영웅이 등신대 크기로 늘어섰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늠름한 모습을 재현한 건 사진으로 조각하는 권오상 작가다. 아버지의 일생을 담은 ‘최평열 과장 기념관’의 최수앙 조각가는 일부러 다른 작가 5명과 ‘모조(模造) 기념사업회’를 꾸려 누구든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아톰과 수퍼맨 등 영웅 아이콘을 갈개로 갈아 그들의 퇴장을 애도하는 신기운 작가의 ‘진실에 접근하기’, 중국인 300명 인물 사진을 조합해 영웅을 만들어낸 중국 작가 장 웨이의 ‘가상극장’, 스스로 ‘지우맨’으로 변신해 악당을 물리치는 장지우 작가의 ‘프로젝트: 영웅 되기’, 사진과 영상으로 영웅의 새 개념을 표현한 채승우 작가의 ‘기쁨의 학교’ 등이 상큼한 새 영웅호걸의 이미지를 창조했다.

‘놀공’의 관객 참여형 공연 ‘파우스트 되기’와 희극 ‘우리는 브론테’ 등이 대합실 무대에 오르고, ‘이유 없는 반항’ ‘지옥의 묵시록’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 영화도 상영된다. 모두 무료다.

신수진 예술감독은 “21세기 영웅의 불씨를 보는 관객이 각자 마음에 담아갈 수 있는 축제를 만들었으니 와서 즐기시라”고 초대했다.

12월 4일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02-3407-3500.

글·사진=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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