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 인증 절차 간소화, 효능 표기 규제 완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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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영양 성분을 사용해 캡슐·분말 등의 형태로 가공한 제품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건강기능식품 관련 법을 정비하며 소비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상대적으로 규제가 심하다는 지적이 있다.

관련 법·제도 개선 목소리

"개발 후 인증까지 2~4년 비용 4억원 넘게 투입 핵심 기술 해외 유출 우려"

전 세계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매년 평균 7%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15년 기준 약 132조원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5년 전에 비해 약 40% 성장했다. 오래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질병 예방의 중요성이 커진 까닭이다. 한국식품연구원 권대영 박사는 “약물의 경우 유효성분이 고농도인 데다 화학 합성 물질이 대부분이라 부작용이 있지만 식품은 부작용이 없고 오랜 기간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능성 식품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일 규제 완화 후 시장 급성장
각국에서는 건강기능식품 개발을 장려하고 국민이 건강기능식품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이미 20년 전에 건강기능식품 소비가 늘 것으로 보고 새로운 건강기능식품법인 ‘식이보충제 건강교육법(DSHEA)’을 만들었다. 건강기능식품 개발과 승인 절차에 드는 시간을 합리적으로 개선한 것이 핵심이다.
  모든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출시 전 효능·안전성 심사를 하지만 이미 기능성이 인정돼 시중에 출시됐던 성분은 판매 전 신고만하면 제품을 팔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20년 동안 시장은 4배가량 성장해 서유럽을 제치고 매출액 기준 세계 1위로 올라섰다. 미국은 현재 전 세계 건강기능식품의 35%를 생산한다.
  일본도 건강기능식품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표기법은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는 쪽으로 건강기능식품 관련법을 개정했다. 우리나라의 건강기능식품과 비슷한 개념의 ‘건강영양기능식품’ ‘특정보건용식품’군은 종전처럼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되 ‘기능성 표시 식품’이라는 군을 만들어 일반 식품 속에 들어 있는 유효 성분을 자유롭게 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토마토주스는 일정량 이상의 ‘라이코펜’이 들어 있으면 혈중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사실이 이미 논문과 서류로 입증돼 있다. 하지만 이를 토마토 주스엔 표기하지 못했다. 법 개정 후 제품의 성분명에 대한 효능 표기를 할 수 있게 돼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시장이 확대되는 효과도 있다. 권 박사는 “농산물·축산물·수산물에도 기능성 성분을 표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능성 쌀이나 몸에 좋은 오메가3 비율을 늘린 한우 등이 출시되고 있다”면서 “식재료 시장이 세분화되면서 업계도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건강기능식품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증 절차 부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현재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은 제품 출시 전에 모두 효능과 안전성에 대해 식품의 약품안전처의 인증을 받도록 돼 있다. 이 절차가 외국에 비해 까다롭고 기한이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다.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양성범 교수는 “기능성 원료 개발 후 개별 인증을 받기까지 2~4년이 걸리고, 비용도 4억원 이상 들어간다. 외국에 비해 경쟁력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표기법도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이 있다. 권 박사는 “아무리 공을 들여 출시한 건강기능식품도 효능 표기를 제대로 할 수 없어 연구자들이 큰 좌절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기능성 식품에 대한 연구를 기피하고 심지어 핵심 기술을 해외에 팔려는 움직임도 있다는 것. 양 교수는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 관련법이 너무 경직돼 있어 대기업도 연구 투자를 꺼리고 있다”며 “국내에서 개발한 물질이 해외 기업에 팔리지 않도록 법을 현실에 맞게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전성 관리는 더욱 철저히
효능을 표기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예컨대 김치에는 유산균이 많이 들어 있다. 장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김치가 치료 보조 역할을 할 수 있는것이다. 하지만 현재 건강기능식품 관련법상 김치에 ‘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 유산균이 몇 그램(g) 들었다’는 표기는 하지 못한다. 권대영 박사는 “소비자들이 식단을 짤 때 참고할 수 있도록 이미 연구를 통해 밝혀진 유효물질은 일본처럼 일반 식품에도 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안전성은 더욱 철저하게 관리해야한다는 주장이 많다. 양성범 교수는 “원료 입고에서 가공, 제품 출고에 이르기까지 품질 관리를 보장하는 GMP(우수 식품·의약품의 제조·관리 기준)와 이력추적제(원재료 경작부터 제품 유통까지 품질을 관리하는 제도) 등을 확대 적용해 안전성 제고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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