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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탄 차 레커로 끌고 가|밀고 밀리다 끝내 못 연 신민 「서울 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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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9일 하오 시 구 서울고 부지에서 열기로 했던 신민당의 직선제 개헌 추진 대회는 압도적인 경찰의 저지선에 막혀 무산.
경찰은 이날 신민당 중앙 당사를 비롯, 신민당 의원들이 3개조로 나눠 모이기로 한 집결장소를 아예 막아 버리는 「원천 봉쇄」 작전으로 나왔고 신민당 의원들은 거의 집결지에 접근도 못한 채 연행되거나 해산됐다.
신민당은 2차 집결지인 시청 앞 광장 쪽으로는 진출 시도도 못했으며 결국 당사에서 마이크로 옥외 방송을 통해 대회를 대신.

<최루탄 맞아 응급 치료>
당사에 대기 중이던 이민우 총재는 최형우 김수한 양순직 노승환 부총재, 유제연 사무총장, 김현규 총무 및 의원 10여명·당원 등 50여명과 함께 당사를 출발하려다 2중으로 막아선 전투 경찰 1백여명에 의해 당사 코앞에서 제지.
일행은 20여분간 세 차례에 걸쳐 경찰과 밀고 당기는 몸싸움을 벌였으나 처지선 돌파에는 실패.
이들은 당사 앞에 빙 둘러서 김봉조 의원의 선창으로 「정권 연장 획책하는 내각제 음모분쇄하자」는 등의 구호를 제창한 후 당사로 후퇴.
이에 앞서 마포 가든 호텔에서 경찰 「닭장차」에 실려 여의도 의원 회관에 내려졌던 노승환 부총재, 박찬종 장기욱 신기하 의원 등과 종묘 앞에서 경찰 최루탄에 의해 강제 해산된 김태룡 김동욱 의원 등이 당사로 합류.
경찰은 당사로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제지하지 않았으나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들은 통행을 차단.
김동욱 의원은 종묘 앞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에 왼쪽 이마를 스쳐 맞아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기도 했다.
당사로 되돌아온 이 총재는 부총재들이 『경찰이 발길로 정강이를 마구 차는 등 폭력을 휘둘렀다. 나쁜×들…』이라고 흥분하자 『우리야 때리면 맞고 밟으면 밟히는 비폭력·평화적 방법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

<의원-경찰 몸싸움 격렬>
상오 11시25분쯤 당사 지하 다방에 집결해 있던 3조의 김수한 부총재와 송원영 전당 대회 의장, 박관용 의원 등 의원 7명과 당원 등 20여명은 다방을 나서 집결지인 종묘로 향하려다 당사 앞에서부터 전투 경찰 50여명에 의해 제지.
이들은 경찰과 서너 차례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며 저지선 돌파를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경찰 병력은 계속 증원 돼 끝내 뚫지 못하고 결국 당사로 후퇴.
3조의 주력 부대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동안 나머지 의원과 당원 등 30여명은 곧장 종묘 앞 주차장으로 집결, 주력 부대를 기다리며 계속 구호를 제창.
이들은 조장인 김 부총재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상오 11시50분쯤 대회장 쪽으로 진출을 시도하다가 경찰의 저지선에 걸려 몸싸움을 벌이던 끝에 경찰이 최루탄 10여발을 발사하자 해산.
한편 이 총재는 이때까지 총재실에서 지휘 본부장인 이중재 부총재와 대기하며 각 「전선」으로부터의 전황 (?)을 보고 받고 대책 마련에 부심.
상황실에는 3개 집결지로부터 전화 보고가 속속 도착했는데 『노승환 부총재 등 가든호텔에 모였던 의원 20명 호송』『서대문 로터리 대기 조는 정오 현재 조연하 의원 등 3명뿐』 『이기택 부총재도 포위』『종묘에 최루탄 발사』 등의 내용들.
중앙 당사에선 12시20분부터 옥외 스피커를 통해 대회장으로의 출발 강행을 독려하는 방송을 시작.

<사람 좀 모이면 최루탄>
제1행동조의 집결지였던 서대문 로터리에서는 김재광·조홍래·김봉호 의원 등 당직자 1백여명이 경찰과 대치.
대치가 계속되면서 주변 빌딩 입주자들이 모여들고 대회 시간마저 가까워지자 경찰은 낮12시50분부터 산발적으로 사과 탄을 쏘아대 행인들의 접근 및 집결을 저지.
하오 1시20분쯤 경찰은 김재광 의원이 탄 차를 레커차에 싣고 독립문 쪽으로 강제 운반.
이 과정에서 서대문 로터리를 중심으로 일반인의 통행은 비교적 자유로 왔으나 로터리 주변 각 횡단 보도 근처에 사람이 모이면 곧 최루탄이 발사됐다.

<육성 테이프 많이 준비>
경찰의 대회 저지에 따른 신민당의 대응 작전 이름은 「도마뱀 작전」 저지되면 꼬리를 갈라내고 계속 전진, 강행한다는 취지.
신민당은 29일 상오 9시 대회 지휘 본부인 당사에서 이민우 총재 주재로 총재단 회의를 열어 대회 준비 실황을 최종 점검하고 이른바 「도마뱀 작전」 명령을 하달.
이를 위해 이 총재와 두 김씨의 연설문을 이미 여러 벌 육성 녹음 테이프로 만들어 동시다발의 즉석 대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
이날 당사 주변에는 상오 7시30분쯤부터 사복 전경 50여명이 배치돼 검문 검색을 강화했고 전투복 및 헬밋 차림의 전경들이 구령 소리를 크게 내며 당사 주위를 오가는 등 삼엄한 분위기.
당사에는 상오 10시쯤부터 의원 및 당원들이 두툼한 파커 등으로 중무장 (?)한 모습으로 나와 앞으로의 사태를 전망하는 등 비장한 분위기.

<연금 피하기 위해 외박>
신민당은 28일 밤 이민우 총재 등이 늦게까지 당사에 남아 대회 준비를 점검.
대회 총무위원장인 이중재 부총재와 홍사덕 대변인, 사무처의 일부 간부 등 10여명은 컵라면 등을 먹으며 당사에서 철야.
사무처 일부 국장들은 삼양동 이 총재 댁에서 밤을 보냈다.
신민당 의원들 중 상당수는 당국이 가택 연금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도 불구,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28일 밤 친지·친척집이나 여관 등지에서 외박.
이날 의원들은 상오 11시30분 3개조로 나뉘어 1조는 노승환 부총재를 조장으로 적십자 병원 앞에서, 2조는 조장인 이기택 부총재를 선두로 파고다 공원 앞에서, 3조는 김수한 부총재를 조장으로 종묘 앞에 집결해 대회장으로 향한다는 계획이었었다.
이중재 부총재는 본부 팀장으로 유제연 사무총장·문정수 사무차장 등과 함께 중앙 당사를 지키며 각 전선 (?)의 전황을 수시로 보고 받아 종합한 뒤 각 조간 유기적 활동을 유도하는 등 상황실 역할을 담당.
한편 신민당이 재야 측 연사로 선정한 이태영 가정 법률 상담 소장은 29일 상오 9시45분쯤 머플러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파커 차림으로 당사에 왔다.
이 여사는 28일 상오 10시 김영의 이화 학원 이사장 장례식 참석 도중 자신이 연사로 초청됐다는 소식을 듣고 연금을 피하기 위해 서대문 친구 집으로 피신했다는 것.

<핸드 마이크 7개 휴대>
서대문 적십자 병원 앞에 집결하는 1조 조장인 노승환 부총재는 29일 상오 10시40분 마포 가든 호텔 뒤 마포 아파트에서 법사·상공·농수산·보사위 소속 의원 30여명과 서대문·강서·마포 지구당 당원 및 중앙 당직자 2백여명과 함께 모여 집결 장소인 서대문으로 출발했으나 곧바로 경찰이 막아 대치 끝에 의원들은 호송 차에 실려가고 말았다.
이들은 이에 앞서 28일 하오 용강동 설렁탕 집 3층에서 대책 회의를 갖고 김영배·심완구·조종익 의원 등이 현장 접근 실무책을 맡도록 결정.
이들은 차량에 스피커를 설치하지도 않았으며 핸드 마이크 7개만을 준비, 대회장 진입 저지에 따른 항의 방송을 하기로 결정.

<향후·대야 대책 논의>
민정당의 노태우 대표 위원은 상오 9시20분 국회로 나와 최영철 국회부의장·심명보 대변인과 잠시 본회의 대책을 논의한데 이어 권익현 고문, 이춘구 사무총장, 이한동 총무, 이종찬·박준병 의원 등과 서울 대회와 관련해 협의.
노 대표와 의원들은 서울 대회에서 험한 꼴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대체로 전망하는 경향이었다고 한 참석자가 전언.
노 대표 등은 서울 대회가 어떻게 치러지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정국 전개가 영향을 받겠지만 큰 충돌 없이 끝날 경우 정국은 다시 소강 상태로 접어들고 여야간의 대화 분위기가 지속되지 않겠느냐는 전망 아래 앞으로의 대야 대책을 논의했다는 것.

<정부 청사 소방차 대기>
서울 대회를 몇시간여 앞두고 정부는 대회 자체보다는 오히려 이날 이후의 상황 변화를 몹시 우려하는 모습.
정부는 이날 대회가 준비된 계획대로만 차곡차곡 진행된다면 큰 소요 없이 대회를 저지할 수 있다는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갖고 있으나 대회가 열리든 못 열리든 이런 분위기가 앞으로 학원가·종교가·노동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심각하게 걱정.
이날 총리실은 윤석순 비서실장 주재로 상오 8시40분부터 30여분간 간부 회의를 열고 관계 기관으로부터 팩시밀리 등으로 보고된 신민당 의원들의 동향과 운동권 학생들의 움직임 등을 모아 노신영 총리에게 보고.
한편 광화문 정부 종합 청사는 일체의 승용차 출입을 통제하고 소방차 2대를 청사 경내에 대기시키고 청사 안에서 근무하는 예비군들에게도 이날 하오 5시30분 소집령을 내리는가 하면 일반 공무원 중에서도 인원을 차출 해 방호 인력을 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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