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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GM곡물 논의,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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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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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유전자변형생물체(GMO)에 대한 논란이 계속돼 소비자들을 상당히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지난해 진행된 GMO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GMO를 인지하는 사람보다(37%)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의 숫자가 많다(63%). 즉 일반인의 경우 GMO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다는 현실인데, 쉽지 않은 전문분야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그러나 소비자 단체와 이 분야 전공학자들 그리고 정책 결정 책임자인 국회의원들 간에 다른 의견이 표출되고 인식을 같이 하지 못하고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될 수 있다.

GMO는 한마디로 과학에 기초해 생산된 산물이므로 과학에 근거를 두고 논의해야 한다. GMO 곡류를 만들어 내거나 이렇게 탄생한 곡물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 모두가 고도의 과학기술의 힘을 빌리고 있어, 이 분야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이들의 특성이나 안전성을 거론하기는 쉽지 않다. 피상적이고 비전문적인 지식으로 판단하면 상당한 오류와 아집이 결과를 오도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GM 곡물을 섭취해야 할 소비자의 경우 자신의 건강과 직접 관계가 있기 때문에 깊은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하여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다원·전문화된 한국 사회에서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기거나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판단해야 혼란을 막아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따라서 GMO에 관련된 아주 일반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결국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고 수용해야 국가적인 혼란과 손실을 막을 수 있다.

GM 작물에 대한 논의를 더 단순화 해보면 유전자 변형 기법으로 생산한 곡물을 장기 섭취하면 안전성을 보장 할 수 있느냐 일 것이다. 이에 대한 답으로 GM 곡물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이미 20여 년 동안 먹은 경험이 있는데도 지금까지도 이상 현상이 한 건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수억 명의 인간을 대상으로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 되었다는 확실한 반증이다.

과학적 판단에 기초한 ‘안전성’과 감성에 의지한 ‘안심’은 구분되었으면 한다. 일반적으로 ‘안전성’은 전문과학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확실한 기준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안심’은 개개인의 마음에 따라 백인백색이 될 수도 있다. 이제 전문 분야 과학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우리 의견을 수렴해 국가적인 혼란을 더 이상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예방주사나 수술 등 처음에는 두려움과 배척의 대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인간에게 큰 혜택을 준 예는 많다. GM 작물도 생산량 증가, 농약 사용 최소화, 극한 여건에서 생존 가능한 품종의 개발, 기능성 성분 강화, 새로운 가치 창출 등 그 이점이 무수히 많다.

GMO표시나 생산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우리 법이 세계에 통용될 수는 없다. 우리 만의 규제 강화가 자칫 국내 산업에 불이익을 주고 관련 과학기술을 뒷걸음질치게 해서 결국 후손에게 죄짓는 것이 될까 두렵다.

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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