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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제품만 팔지 말고, 이젠 기업 지분 사들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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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오늘의 텐센트를 만든 건 한국 게임입니다. 그들은 2000년대 말부터 한국 게임 ‘크로스파이어’를 중국에 공급해 대박을 쳤고, 성장의 틀을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텐센트 성장의 결실을 제대로 누리지 못합니다. 그때 텐센트 지분에 투자했어야 했습니다.”(현동식 한국투자신탁운용 상하이사무소장)

차이나랩 공동 주관 간담회
손정의, 알리바바 투자수익 4000배
동남아 국가, 중국 부동산 잇단 투자
한국도 제조업+자본 투자 겸해야
중 위기론 과장…소비시장 큰 매력

“제주도 땅을 중국에 빼앗긴다고만 하지, 역으로 한국은 왜 중국 부동산에 투자할 생각을 안 합니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기업들은 일찌감치 건물 투자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부동산이라곤 황푸(黃浦)강변 미래에셋 건물뿐입니다.”(신형관 미래에셋 상하이법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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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상하이 총영사관 대회의실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차이나랩(중앙일보와 네이버가 설립한 조인트벤처)과 상하이 총영사관(총영사 한석희)이 공동 주관한 ‘보이스 프롬 상하이(Voice from Shanghai)’ 간담회는 단순히 현지의 목소리만 전달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비즈니스맨 30여 명은 중국의 ▶인터넷 혁명 ▶자본 투자 ▶시장 전략 ▶중국 위기론 등의 이슈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2시에 시작된 간담회는 7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현 소장은 제조업에 치우친 중국 비즈니스를 자본 투자 쪽으로 확대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최고 IT기업인 텐센트의 1대주주는 마화텅(馬化騰)회장이 아닌 지분 33.5%를 소유한 남아프리카공화국 IT기업 네스퍼스”라며 “중국 기업에 제품을 파는데서 끝날 게 아니라, 이제는 잠재력 있는 회사의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이 중국의 성장을 지켜만 보고 있는 동안, 외국기업들은 중국기업에 적극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2000년 알리바바에 200억원을 투자해 최소 4000배 이상의 평가이익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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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금융위기 가능성을 걱정하기보다는 막대한 차이나 머니를 현명하게 유치해야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신형관 상하이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중국 자본이 무려 10조 달러(1경1270조원)에 달한다”며 “중국발 자본 쓰나미가 올해부터 해외시장에 몰아치고 있다”고 했다. 10조 달러는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의 약 7배에 해당하는 수치. 신 대표는 “무방비 상태에서 이 자금의 0.01%만이라도 우리나라에 쏟아져 들어온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중국 자금을 우리 경제의 긍정적인 요소로 활용할 방안을 짜라는 주문이다.

중국 위기론이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재홍 한국수출입은행 상하이 사무소 소장은 “중국 위기론에 대해 현지 실무자와 한국 의사결정권자 간 견해차가 큰 것 같다”며 “일부 국유 제조업체들이 위기에 직면한 것은 맞지만 인터넷 민영기업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혁신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위기는 산업 고도화를 향한 전환기의 고통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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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현장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김만수 이랜드 이사는 “중국이란 거대한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각자 힘으로만 헤쳐나가려 하니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본 의류기업 유니클로의 물류를 일본 업체인 이토추(伊藤忠)가 100% 책임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김 이사는 “물류기업과 소매기업, 그리고 금융회사가 협력하는 게 국가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소비시장에 대해선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패션업계에서 일하는 이승진 가로수 사장은 “중국도 이제 가성비를 따지는 똑똑한 소비를 하고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덜 발달한 2~3선 도시에서는 아직도 한국이 파고들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알리바바가 투자한 백세(百世)물류과기 한국사업부의 총경리를 맡고 있는 권영소 백세물류 이사는 “한국 식품을 중국에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떡볶이가 하루 1000개씩 팔린다”며 “의류와는 달리 식품은 반복 구매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소비자들은 물류비를 절감하려고 식품을 한 번에 묶음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오히려 객단가가 높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가진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에 기회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윤석 이노CSR 대표는 “미국 감자 과자 기업인 레이스(Lay’s)가 ‘미국산 감자로 과자를 만들면 안 된다’는 중국 규정을 잘 활용해 내몽고에 감자밭을 조성해 감자를 직접 키운 결과 지역경제를 살리고 중국 소비자의 마음도 얻었다”고 설명했다.

상하이=서유진·김영문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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