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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중앙일보 대학평가] 잘 노는 대학은 어디? 대학 축제를 알아보자

중앙일보

입력

 
‘축제’라 쓰고 ‘로망’이라고 읽는다. 대학 생활의 꽃이라고도 일컬어지는 대학 축제 얘기다. 대학 축제 때 열리는 학과 주점을 쫓아다니는 '사회인'이 있을 정도로 대학 축제는 젊음과 향수가 공존하는 청춘(靑春)의 장이다. 여기서 궁금한 것. '어느 대학 축제가 재미있을까' 중앙일보 대학평가팀이 올해 대학평가 상위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대학 놀이의 ‘꽃’, 축제에 대해 알아봤다. 각 대학을 졸업한 중앙일보·JTBC 기자들의 검수 과정을 거쳐 별점도 매겼다. 매우 주관적인 평가니 참고만 하자.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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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울대]

서울대에는 우스갯 소리로 전해지는 ‘3대 바보’가 있다. 첫째, 서울대입구역에서 정문까지 걸어가는 사람. 둘째,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전교 1등 했다고 자랑하는 사람. 마지막으로 서울대 축제를 가는 사람이다. 그만큼 서울대 축제는 '놀 줄 모르는 모범생들', '재미없다'는 이미지가 굳혀져 있다.

2010년 서울대 축제에 온 힙합 가수 타이거JK가 늦은 시각까지 불 켜진 서울대 중앙도서관을 향해 “놀 땐 좀 놀아라 이 XX들아”라고 소리친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만 서울대 축제에도 서울대만의 독특한 행사가 있다. 대표적인 게 ‘따굴’(따이빙 굴비)이다. 따굴은 학내 밴드들의 합동 공연을 지칭한다. 예선이라 할 수 있는 ‘미니따굴’을 거쳐 6개 내외의 팀이 선발돼 공연을 펼친다. 이젠 서울대 출신 인기 밴드의 산실이 됐다. 눈뜨고 코베인의 ‘깜악귀’, 브로콜리 너마저의 윤덕원, 장기하와 얼굴들의 장기하 등이 ‘따굴’을 거쳐갔다. 재미: ★

◇한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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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양대]

한양대 축제는 특별히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해왔으나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2011년 '한양대첩'.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소녀시대가 초대가수로 등장해 히트곡 ‘Gee’를 불렀고, 한양대 남학생들은 굵은 목소리의 ‘사자후’ 떼창으로 화답했다. 그때 당시 영상은 지금도 ‘한양대첩’을 검색하면 나올 정도로 전설처럼 남아 있다. '한양대=한양남대'라는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한양대 축제는 라치오스로 불린다. 라치오스(Rachios)는 즐거울 락(樂), 취할 취(醉), 즐거울 오(娛), 빼어나 수(秀)의 ‘락취오수’를 부르기 쉽게 변형한 말로 '빼어난 즐거움에 취한다'는 뜻이다. 한양대에는 학교가 자랑하는 응원단 ‘루터스’가 있다. 재미: ★★☆

◇성균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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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성균관대]

이른바 '3S'대라는 말이 있다. 축제가 재미없다는 서울 소재 3개 대학교를 묶어 부르는 말이다. 바로 서울대와 서강대, 그리고 성균관대다. 성균관대 축제 ‘에스카라’는 학교 영문명 약자인 SKK를 독일식으로 읽어 소리나는 ‘에스카카’에서 읽기 편하게 변형돼 에스카라가 됐다고 한다. 성균관대 축제는 올해 5월 초청가수를 ‘역대급 라인업’으로 구성하면서 화제가 됐다.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축제에서만 3일간 싸이, 에픽하이, 크라잉넛, 어반자카파, 데이브레이크, 마마무 등 유명 뮤지션 16팀이 학교를 찾았다.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 축제 때도 3일간 장미여관, 박재범, 아이오아이(IOI), 휘성, 거미, 빈지노 등이 학교를 찾았다. 하지만 이때문에 중·고등학생 등 외부인이 과도하게 몰려 정작 성균관대 학생들은 “우린 금잔디 흙먼지만 먹고 등록금을 사회에 환원했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금잔디는 경영대학 앞 광장을 말한다. 성균관대 응원단 '킹고(Kinggo)'가 축제 때마다 ‘킹고 킹고 에스카라 킹고!’를 외치고 이에 호응하는 학생들의 외침이 금잔디에 울려퍼진다. 재미: ★★

◇연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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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세대]

대동제 자체보다는 대동제 마지막날 열리는 '아카라카를 온누리에' 행사가 유명하다. 학내 응원단 아카라카가 기획하는 응원전이다. 신촌캠퍼스 노천극장에서 진행되는 이 행사는 치열한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공간이 협소해 매년 입장권을 유료 판매하고 있다. 한 장당 1만1000원이다. 축제 기간에 '연세대의 아카라카 암표 거래 논란'이 언론 기사에 단골메뉴처럼 등장하기도 한다. 매년 9월 치르는 연고전을 대비해 혹독한 응원 연습을 해온 응원단의 수준높은 실력을 감상할 수 있다.

초대 가수들 또한 여느 콘서트 못지 않게 화려하다. 올해는 도끼와 더콰이엇, 이하이, 혁오밴드, 트와이스 등이 연대를 찾았다. 축제 마지막날은 연세대의 상징색인 파란 티셔츠가 노천극장을 가득 메운다. 재미:★★★

◇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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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고려대]

연세대에 '아카라카'가 있다면 고려대에는 '입실렌티'가 있다. 고대의 축제 '석탑대동제'의 마지막날 고대 응원단 '입실렌티'의 응원전인 '입실렌티-지야(知野)의 함성' 행사가 열린다. '입실렌티' 행사가 열리는 날이면 안암캠퍼스 녹지운동장은 고려대 상징색인 빨간 티셔츠로 물결을 이뤄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방불케 한다. 연대와 마찬가지로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다. 한 장당 9000원이다. 연대에선 우스갯 소리로 '입실렌티 입장권은 당일날 운동장에 가도 주울 수 있다'고 비꼬기도 하지만 고대 응원전의 인기는 매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올해 입실렌티에는 악동뮤지션, 윤하, 노브레인, 거미, 제시카, 레드벨벳, 샤이니, 에픽하이 등 유명 뮤지션이 초대돼 어느 해보다 열기가 뜨거웠다고 한다. 특히 입실렌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고려대 응원곡 '뱃노래 떼창'은 축제에 놀러온 타대생마저도 고대생이 된듯한 기분이 들게 할 정도라고. 재미:★★★

◇부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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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부산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부산 대학가에서도 우스갯 소리로 전해져 오는 3대 바보가 있다. 3위는 동의대를 자전거 타고 가는 사람(동의대 언덕은 50cc 오토바이도 힘겨워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 2위는 부경대 여학생과 사귀는 남자(과거 '모범생'이란 이미지가 강한 부경대를 조롱하기 위한 농담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측). 그리고, 1위는 부산대 축제를 보러가는 사람이다. ‘부산의 서울대’라 불리는 부산대 역시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축제가 재미없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최근 총학에서도 이같은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2015년 자이언티·씨스타·도끼, 올해 다이나믹듀오·산이 등 유명 뮤지션을 초대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부산대 안팎에선 축제가 '연예인 콘서트'로 전락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항간에 떠돌던 '잡초파전'(대학 축제 파전엔 대충 잡초를 섞어넣는다는 괴담)의 진원지가 부산대 수학과라는 얘기도 있다. 부산대 축제 기간 수학과 주점에서 정구지(부추의 방언)가 떨어지자 대신 잡초를 뽑아 전을 구워 손님에게 냈다는 설이다. 물론 '잡초파전'은 풀숲이 무성한 대학이라면 어디든 존재하는 이야기라 근거는 없다. 재미: ★☆

◇전남대

많은 대학들이 5월에 축제를 하는 것과 달리 전남대 축제인 용봉대동풀이는 9월에 열린다. 5.18 민주화운동의 영향이다. 전남대 외에 광주·전남 지역 대부분 대학도 9월에 축제를 연다. 잔디밭 주막의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유명하며 봉지(학생회관 인근 호수) 광장 등에 설치된 무대에서 학내 밴드들이 총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근 조선대의 축제 공연의 초대가수 라인업이 워낙 화려해 전남대 축제가 초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광주를 대표하는 국립대학답게 대학생 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축제 참여도 활발하다. 올해 열린 축제에선 광주시민을 대상으로 한 장기자랑 무대가 펼쳐지기도 했다.(축제기간 캠퍼스도 전면 개방한다) 재미: ★☆

◇이화여대

대부분 대학 축제는 ‘대동제(다 함께 크게 어울려 화합한다는 뜻)’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하지만 이화여대의 대동제는 ‘돼동제’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축제기간 학생들이 만들어파는 갖가지 음식들이 캠퍼스를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밀크티, 와인에이드, 꼬치, 삼겹살 비빔면, 파전 등 없는 게 없을 정도다. 특히 ‘실로암’이라는 오케스트라 동아리에서 만들어파는 ‘실로암 떡꼬치’와 공대의 ‘백순대’가 유명하다(실로암 떡꼬치는 치솟는 물가와 인기탓에 2014년 700원이었던 가격이 지난해부터 1000원으로 올랐다).

‘여대’라는 특수성으로 타대 학생, 특히 남학생들로부터 인기가 많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타 대학 축제와 달리 유명 가수를 대거 초대하지 않고 술을 파는 주막도 없기 때문. 축제기간일지라도 오후 6시 이후에는 캠퍼스가 평소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학내 평가는 단연 최고다. 학생이 중심이 된 ‘장터’가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는 평이다. 재미: ★★

◆대학평가팀=남윤서(팀장)·조진형·위문희·노진호·백민경 기자, 남지혜·송지연·이수용 연구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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