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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 캐릭터 만나 날개 단 스니커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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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소가치 큰 ‘한정판’운동화

스니커즈 브랜드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협업) 열기가 뜨겁다. 디자이너, 브랜드, 아티스트, 유명인과의 협업에 이어 캐릭터·영화·힙합 레이블 등 그 범위도 한층 다양하고 넓어졌다. 브랜드의 헤리티지는 지키면서 동시에 끊임없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소비자의 반응 역시 뜨겁다. ‘한정판’이라는 희소가치 덕분에 출시 날짜에 맞춰 수백 명이 매장 앞에 줄을 서는 건 흔한 풍경이 됐다. 기꺼이 몇 시간씩 줄을 서서라도 손에 넣고 싶은 ‘컬래버레이션 스니커즈’의 매력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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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가수 퍼렐 윌리엄스(맨오른쪽)가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와 만나 2015년 8월에 출시한 슈퍼쉘 아트워크 컬렉션 ①. 9월엔 인류를 의미하는 ‘휴(Hu)’ 컬렉션② 을 출시했다.

아디다스가 나이키 위협?

요즘 스포츠 웨어 브랜드 특히, 스니커즈를 주력으로 하는 브랜드의 최대 미션은 ‘얼마나 트렌디한 협업 상대를 찾는가’이다. ‘협업 아니면 안 된다’는 말이 나올 만큼 협업 경쟁은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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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뮤지션이자 디자이너인 카니예웨스트(위)와 아디다스 오리지널스가 손잡고 출시한 이지(YEEZY) 컬렉션. 인기가 높았던 이지 부스트 350 모델 ③과 750 모델 ④이다.

아디다스가 업계 1위 나이키를 위협할 수 있게 된 것도 협업 덕분이다. 요지 야마모토, 스텔라 메카트니, 제레미 스콧 등 걸출한 패션 디자이너들과 계속 협업하며 디자인 감성이 뛰어난 스니커즈임을 강조해 왔다. 최근에는 힙합 뮤지션 카니예 웨스트와 손잡고 내놓은 이지(YEEZY) 컬렉션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2015년 2월에 첫 선을 보인 후 최근까지 네 번째 라인이 출시됐는데, 지난해 2월 내놓은 ‘이지 부스트 750’과 6월에 출시한 ‘이지 부스트 350’의 반응이 특히 뜨거웠다. 론칭 며칠 전부터 매장 앞에서 줄을 서더니 발매 후 즉시 완판 기록을 세웠다.

이에 질세라 나이키는 아예 2014년 6월 협업 주력 라인 ‘나이키 랩’을 론칭했다. 스포츠·디자인·문화를 아우르는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혁신적인 디자인 제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올해 7월에는 명품 패션 브랜드 지방시의 수석 디자이너 리카르도 티시, 루이비통 맨즈 디자이너 킴 존스, 8월에는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와의 협업도 진행했다. 흥미로운 건 카니예 웨스트가 이전에 나이키와도 협업해 대박을 터트렸다는 사실이다. 2014년 출시된 나이키 최대의 히트작 ‘에어 이지(Air Yeesy)Ⅱ’는 단 10분 만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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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9월에 출시된 반스와 힙합 레이블 오드 퓨처(Odd Future) 협업 제품. 반스의 대표 모델에 오드 퓨처의 시그너처인 도넛 프린트를 넣었다.

최근에는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라이벌 구도에 반스, 휠라, 컨버스, 푸마 등도 가세했다. 특히 반스는 협업 전략을 잘 구사하는 브랜드로 정평이 나 있다. 그동안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그 중 올해 9월에 힙합 레이블 오드 퓨처(Odd Future)와 함께한 제품 컬렉션이 큰 인기를 끌었다. 반스의 대표 모델 ‘스케이트 하이’ ‘어센틱’에 오드 퓨처의 상징인 핑크색 바탕의 도넛 프린트를 얹은 디자인은 경쾌한 분위기로 젊은 층에서 주목받았다. 지난 8월 말에 진행한 일본의 프리미엄 남성복 브랜드 더블텝스(WTAPS)와의 작업도 성공적이었다. 반스의 최상위 라인 ‘볼트’에 더블텝스의 유니크한 디자인이 더해졌는데 발매 이틀 전부터 1백명 이상이 매장 앞에 줄을 서 화제가 됐다.

마니아 공략 … 컬렉터들의 애를 태워라

브랜드가 이렇게 협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새로운 고객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 디자이너나 캐릭터와의 협업을 통해 특정 장르의 마니아들을 끌어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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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7월 루이비통 맨즈 디자이너 킴존스(오른쪽)가 나이키와 협업해 내놓은 라인. ‘나이키랩X킴존스:패커블 스포츠 스타일 컬렉션’의 ‘에어 줌 LWP’ 모델⑤ .

올 7월 말에 진행한 반스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피어 오브 갓(Fear of god)의 협업이 대표적이다. 이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스트리트 감성의 대표주자인 제리 로렌조와의 작업은 패션 마니아들을 열광시켰다. 반스의 전설적인 스니커즈 모델 ‘스케이트 하이’ ‘에라’의 팬들은 물론 피어 오브 갓의 마니아들까지 가세해 스니커즈는 출시 직후 완판됐다. 이후 인터넷에서 2~3배의 ‘되팔기’ 가격으로 거래됐고, 국내에선 미출시 제품이라 직구족들이 애간장을 태웠다.

휠라가 최근 내놓은 ‘고스트 버스터즈 스페셜 컬렉션’도 주목할 만하다. 휠라 고유의 헤리티지를 살린 하이톱 슈즈에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캐릭터와 분위기를 신발에 옮겨 놓은 디자인이 특징이다. 휠라코리아의 마케팅 본부 김민정 차장은 “영화 속 캐릭터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3종의 슈즈를 출시했는데, 해당 영화의 마니아가 더 많은 미국에선 지난 7월 먼저 출시돼 완판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푸마와 팝가수 리한나가 협업한 운동화인 ‘푸마 크리퍼’도 성공적인 완판 이후 재출시 됐다. 지금도 마니아층이 두터운 ‘푸마 스웨이드 클래식’ 모델에 리한나의 감각을 담아 통굽을 더한 것이 신의 한수였다. 스웨이드 클래식의 기존 팬들은 물론 리한나의 패션 마니아들까지 단번에 사로잡았다.

클래식한데 새롭다, 가격도 합리적

“모두 클래식한 스니커즈를 좋아합니다.” 지난해 파리 남성복 컬렉션 기간 중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의 새로운 스니커즈 디자인 ‘튜블라’를 론칭한 글로벌 디자인 부회장 닉 갈웨이의 말이다.

스니커즈 황금기는 80년~90년대다. 이때 선보였던 아디다스의 스탠스미스와 슈퍼스타, 나이키의 에어맥스와 에어포스 등 전설적인 스니커즈들은 스트리트 패션을 장악했다. 그리고 당시의 클래식 스니커즈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은 지금도 변치 않았다. 협업의 다양한 형태 중 하나가 ‘클래식의 재해석’인 것도 이 때문이다. 반스 홍보팀 최진수 과장은 “협업의 목적은 아예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라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클래식 아이템을 새롭게 변주함으로써 오히려 해당 디자인의 헤리티지를 공고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아디다스의 아이코닉 디자인 ‘슈퍼스타’는 팝가수 퍼렐 윌리엄스와 만나 50가지 컬러의 운동화로 재탄생했다. ‘스탠스미스’ 모델도 패션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와의 협업으로 시즌마다 새로운 컬러와 새로운 형태로 계속 재해석되고 있다. 나이키 ‘에어맥스’ 역시 협업 단골 모델이다. 올해 3월에는 일주일간 ‘에어맥스 랩(AIR MAX LAB)’ 팝업 스토어를 열고 일본 스트리트 패션의 대부 후지와라 히로시 등 유명 디자이너들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공개한 바 있다. 뉴 발란스가 클래식 모델 ‘MRT580’의 탄생 20주년을 기념하여 협업 컬렉션을 출시한 것도 같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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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캐릭터를 모티브 삼아 탄생한 휠라의 ‘고스트버스터즈’ 스페셜 컬렉션. ‘T-1 미드’ 제품이다.

되팔면 두 세배는 뛰는 가격

그런데 왜 하필 스니커즈일까? 패션·뷰티 업계에서 협업은 더 이상 새롭지 않은 현상이다. 그럼에도 협업 스니커즈가 성공을 거두는 이유는 가성비가 높은 ‘스몰 력셔리’ 제품이기 때문이다. 명품 브랜드에서도 스니커즈는 대표적인 ‘엔트리(enrty·입문) 제품’이다. 신세계 백화점 박용택 슈즈 바이어는 “스니커즈는 아무리 비싸도 30만원을 넘지 않는다”며 “적은 비용으로 평소 접하기 힘든 명품 브랜드 디자이너의 제품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현대백화점 황성수 스포츠 바이어는 “활동성을 강조하는 스포츠 브랜드와 디자인 감각이 좋은 명품 브랜드의 만남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라며, “기능과 디자인, 둘 다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정판이라는 ‘희소가치’도 엄청난 매력이다. 스타일리스트 황금남씨는 “같은 제품이라도 한정판이라고 하면 가치가 올라간다”며 “마니아들을 끌어들이는 가장 큰 구매력이 바로 이 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소량 입고돼 더 이상 국내에선 구할 수 없거나 아예 국내 미수입된 협업 제품의 경우,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이베이 등에서 ‘되팔기’ 거래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판매 가격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것은 물론이다.

글=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사진=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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