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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비슬산 케이블카 본격 추진 중…“관광객 증가 기대” vs “자연 훼손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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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대구시 동구의 팔공산에 이어 달성군 비슬산에도 관광용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달성군, 설치 타당성 조사용역 발주
노선 설계 거쳐 2018년 착공 계획
휴양림 주차장~전망대 2㎞ 구간
일각선 “참꽃 군락지 등 경관 파괴”

달성군은 20일 군립공원인 비슬산을 찾는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케이블카를 만들기로 하고 최근 ‘비슬산 참꽃 케이블카 설치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용역’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군은 내년 4월까지 용역을 마친 뒤 실시설계를 거쳐 2018년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완공은 2019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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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구상은 유가면 용리 비슬산 자연휴양림 공영주차장에서 정상 부근 참꽃군락지 전망대까지 2㎞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것이다. 산 위쪽 승강장은 해발 1000m 지점이며 사업비는 5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군은 케이블카를 설치할 경우 현재 연 150만 명인 관광객 수가 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군은 예산을 투입해 케이블카를 만든 뒤 직접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군은 비슬산을 전국적인 관광지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해발 1084m인 비슬산 정상에는 100만㎡의 참꽃(진달래) 군락지가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산기슭에는 큰 바위가 강처럼 흘러내리는 형태의 거대한 암괴류(岩塊流·천연기념물 435호)가 있다. 정상 아래 해발 1000m 지점의 사찰인 대견사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고려 일연(1206∼89) 스님이 이곳에서 주지로 있으면서 『삼국유사』집필을 구상했다. 일제가 민족 정기를 꺾겠다며 절을 허문 뒤 2014년 3월 다시 지어졌다. 비슬산 휴양림에는 숙박시설과 오토캠핑장이 있고 유스호스텔도 건립 중이다.

문제는 대견사나 참꽃 군락지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군은 지난해 전기 셔틀버스를 도입해 산림 관리용 도로 5.8㎞를 운행하고 있다. 하지만 성수기엔 관광객이 몰리면서 이용이 쉽지 않다. 달성군 관계자는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돼 관광객 증가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등은 벌써 케이블카 설치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참꽃 군락지와 암괴류 등 천혜의 자연 환경이 케이블카 설치로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자연이 잘 보존돼 수려한 산인 만큼 경관을 해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사무처장은 “구조물의 설치과정에 수목 등 산림을 훼손하고 그를 최소화하더라도 비슬산의 경관을 크게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문오 달성군수는 “암괴류 등 문화재에 영향이 없도록 노선을 설정할 것”이라며 “반대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친환경 케이블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팔공산 케이블카는 두 차례에 걸쳐 추진됐지만 진전이 없는 상태다. 허가 기관인 시는 지난 5월 한 업체가 낸 팔공산 공원계획변경신청(케이블카 허가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업체가 신청한 갓바위시설지구∼노적봉 아래(1.3㎞)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할 경우 산림환경이 훼손되고 불교계도 반발한다는 이유로 불가 결정을 했다. 앞서 2013년에도 다른 업체가 케이블카를 추진했지만 환경단체 반발 등으로 무산된 바있다.

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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