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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강남 일대 극성 투기꾼 걸러낼 정밀 폭격 즉시 나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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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아파트 청약 과열이 극에 달했다. 그런데 경제장관들이 수수방관하면서 부동산시장은 이제 경착륙이 우려되고 있다. 그제 서울 마포 신촌숲아이파크는 일반 모집 395가구에 2만9545명이 몰려 경쟁률이 최고 178대 1로 치솟았다. 올 들어 강북권 최고 기록이다. 같은 날 경기도 동탄에선 최고 458대 1의 경쟁률이 나왔다. 서울 강남발 청약 과열 현상이 강북과 수도권으로 번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지난 2년간 완화됐던 부동산시장의 대출·청약·전매 규제가 시장 과열 이후에도 유지된 결과다. 하지만 경제장관들은 “나 몰라라”이고 경제수석도 오간 데 없다. 기록적 청약 광풍에도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에 미치지 않아 손댈 필요가 없다는 식이다.

부작용은 심각하다. 청약시장이 로또시장으로 바뀐 지 오래고, 단기 전매를 통한 ‘P(프리미엄)장사’가 판을 친다. 분양 아파트의 전매율이 평균 30%를 넘어선 이유다. 전세가·시가 차액을 활용한 ‘갭(gap) 투자’도 만연하고 있다. 이런 투기 광풍에는 서민금융 전용이던 보금자리론까지 수조원이 이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장관들의 직무유기가 초래할 부작용은 심각하다. 전·월세 부담 증가로 고통을 받아 온 서민이 뒤집어 쓸 일만 남았다. 또 내년부터 2년간 신규 아파트 물량이 76만 가구에 달해 한바탕 입주대란을 겪어야 한다. 일시에 입주가 시작되면 전세가 안 빠지고 가격 폭락 피해도 볼 수 있다. 입주자 가운데 과도한 빚을 끌어다 청약받은 하우스푸어의 고통도 커진다. 이들은 집에 올인하느라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지표만 보면 부동산이 경제를 지탱해 온 것 같지만 결국 소비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장관들에게 다시 한번 촉구한다. 이제는 경착륙이 임박했고, 비상착륙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장 상황에 맞춰 선제적으로 규제 카드를 활용해 실수요자를 보호하면서도 강남을 중심으로 극성을 부리고 있는 투기꾼을 걸러내는 정밀 폭격을 해야 한다. 시행 시기는 지금 당장이다. 더 이상의 폭탄 돌리기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