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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 보름 만에 5일장 연 울산 태화시장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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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태풍 ‘차바’로 침수된 태화시장이 보름 만에 다시 장을 열었다. 최은경 기자

달고~ 맛있는~ 사과가 한 소쿠리에 5000원~.”

 20일 오후 울산 중구 태화동 태화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트럭에서 과일 등을 파는 상인들의 호객 소리가 들렸다. 태풍 ‘차바’로 침수된 지 보름만이다. 길가의 국수집에는 ‘영업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진흙으로 가득했던 시장 바닥에는 생선·채소·견과류 등 다양한 노점상이 자리했다. 피해복구 본부가 있던 곳에는 채소 장수들이 자리를 깔았다. 상인들은 밝은 얼굴로 단골들과 안부를 주고 받으며 부지런히 물건을 봉지에 담았다. 손님들은 물건을 사지 않아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상인들을 보며 “괜찮아요?”라며 안부를 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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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태풍 ‘차바’로 침수된 태화시장이 보름 만에 다시 장을 열었다. 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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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태풍 ‘차바’로 침수된 태화시장이 보름 만에 다시 장을 열었다. 최은경 기자

군데군데 아직 수리중인 빈 상가도 눈에 띄었다. 아직 복구가 덜 된 상가 앞에 노점을 차린 상인들도 있었다. 천장이 무너진 건물은 아예 철거했다. 제수용 고기를 판매하는 상인 서숙자(75)씨는 “손님이 없어 아직 개시를 못 했다”며 “태풍 피해 입은 시장으로 낙인 찍힐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채소가게 김점남(59)씨도 “태풍이 오기 전에는 사람이 꽉 차 발 디딜 틈이 없었는데 오늘은 영 장사가 안 된다”며 “5일 장을 몇 번 더 해야 나아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울산 중구청에 따르면 이날 300여 개 상가 가운데 200개 정도가 문을 열었다. 매주 태화시장에 장을 보러 온다는 김향미(59)씨는 “이렇게 다시 장사하는 걸 보니 다행이다”며 “오늘 장바구니를 가득 채워가겠다”며 웃었다. 이날 중구청은 구청 식당을 임시휴업하고 직원 400여 명이 태화시장과 근처 우정시장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상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자는 취지에서다.

한편 태화시장 상인회 등은 ‘태화시장 및 주변 피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19일 LH울산혁신도시 사업단을 항의방문했다. 박문점(62) 태화시장 상인회장은 “고지대인 혁신도시에서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아 저지대인 태화시장이 물바다가 됐다”며 LH에 침수 피해 재발 방지와 보상 대책을 요구했다. 중구청이 자체 집계한 태화시장의 태풍 피해액은 280여 억원에 달한다. 박성민 중구청장은 “울산 중구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되지 못했지만 수재의연금과 기금 등을 이용해 상인들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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