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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패산 총기사건] 방탄조끼 입고 10발 넘게 난사…사제총 16정, 폭발물 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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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폭행 사건을 저지른 40대 남성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사제총을 쐈다. 총탄을 맞은 경찰관은 병원에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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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번동파출소 소속 김창호(54) 경위는 19일 오후 112로 “누가 다른 사람의 머리를 때려 피가 많이 난다”는 신고가 접수돼 현장에 갔다. 오후 6시25분이었다. 경찰 출동 전 폭행 사건 가해자 성모(46)씨는 부동산 업주 이모(67)씨를 향해 사제총을 쐈다. 성씨와 이씨는 한때 같은 건물에 살았다. 이씨가 넘어지자 성씨는 둔기로 그의 머리를 수차례 내려친 뒤 인근 오패산터널 옆 언덕으로 달아났다. 신고 8분 뒤인 6시33분 풀숲에 숨어 있던 성씨는 자신을 쫓던 김 경위를 발견하자 사제총을 발사했다.

전과4범, 범행 직전 전자발찌 끊어
동네 주민에게 총쏘며 둔기 폭행
오패산터널 쪽 도주 뒤 숲에 숨어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관 향해 발사
경찰 실탄 쏴 검거, 조끼에 1발 박혀
“한 놈이라도 더 죽일 것” 경찰 증오
페북에 “날 체포하다 죽을 수 있음”

왼쪽 어깨에 총탄을 맞은 김 경위는 관통상을 입었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시간여 만에 숨졌다. 성씨가 최초 피해자 이모씨에게 사제총을 쏘는 과정에서 옆에 있던 또 다른 이모(71)씨가 유탄을 맞았으나 생명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성씨는 곧이어 출동한 강북경찰서 소속 이모 경위와 총격전을 벌였다. 경찰은 그가 10여 발의 총탄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경위는 검거 과정에서 공포탄 1발과 실탄 3발을 쐈다. 성씨는 복부에 한 발 맞았지만 총알은 입고 있던 서바이벌 게임용 방탄조끼에 박혔다. 이후 시민 3명이 성씨에게 달려들어 몸싸움을 벌였고, 이 경위가 합세해 검거했다. 성씨의 차량과 가방 등에서 사제 총기 16정, 흉기 7점, 요구르트병에 담긴 사제 폭발물 1개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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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경찰 정년 6년 남아…아들도 의경 순직한 서울 강북경찰서 소속 김창호 경위(54·쓰러져 있는 사람)는 1989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투신했다. 27년째 근무하면서 지난해 국무총리 표창을 비롯해 총 24차례 상을 받았다. 평소 몸을 사리지 않는 경찰관으로 평가받아 왔다. 정년을 6년 남겨 놓았던 그는 19일 후배 경찰관과 순찰차를 함께 타고 간 뒤 차에서 먼저 내려 용의자 제압에 앞장서다 변을 당했다. 아들은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의경으로 근무하고 있다. [사진 YTN 캡처]

성씨 체포를 도운 주민 이동영(33)씨는 “경찰관이 쓰러져 있어 심폐소생술을 하며 흔들었는데 매우 고통스러워했다. 그사이 다른 두 사람이 숲으로 가 범인과 몸싸움을 벌였고, 나도 가세했다”고 말했다.

성씨는 특수강간 등 전과 4범으로 이날 사건 직전까지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 폭행 사건이 신고된 지 4분 후인 오후 6시29분 전자발찌를 끊었고, 법무부는 경찰에 수배를 요청했다. 오토바이 정비기사로 일한 적이 있는 성씨는 성폭행 혐의로 2001년 2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2003년 6월 청소년 강간 혐의로 기소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수감 중에 명예훼손과 무고, 집단흉기죄 등으로 형이 2년 늘어 2012년 9월에 출소했다. 그사이 전자발찌 소급적용을 둘러싼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이 있었고, 법원은 2014년 1월 성씨에게 전자발찌를 채웠다.

성씨 출소 후 관리를 맡아 온 법무부 직원은 “피해망상이 있는 등 정신이 온전치 못했다. 교도관과 경찰관에게 적개심을 나타내왔다”고 말했다. 성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찰을 저주하는 글을 많이 남겼다. 지난 11일에는 “앞으로 나는 2~3일 안에 경찰과 충돌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부패 친일경찰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가는 게 내 목적이다”고 썼다. 지난 13일에도 “나를 상대로 한 현행범 체포현장에 출동하지 말길 바람. 진급 욕심내거나 상관의 지시에 무조건 복종하다간 죽는 수가 있음”이라고 적었다.

성씨의 집 앞에서 만난 그의 사촌동생 김모씨는 “정신병원에 가 본 적이 없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가족 등과 단절된 상태로 살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직업은 없는 상태이고, 가족들도 불안하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윤정민·김나한·윤재영 기자 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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