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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유라 학점 특혜 의혹 교수, 1년 새 정부지원 연구 3건 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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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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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비상대책위 교수들이 19일 최경희 총장 사퇴 직후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박경미 기독교학과 교수(가운데)가 학생들의 안전보장, 총장 선출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읽고 있다. [사진 최정동 기자]

최경희(54) 이화여대 총장의 최측근인 이인성(53) 의류산업학과 교수가 2015년 7월 이후 3건의 정부 지원 연구를 수주해 진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수는 최순실(60)씨의 딸 정유라(20)씨에게 학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혜 제공과 대형 프로젝트 수주 간에 연결고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원 연구비만 총 55억 프로젝트
이 교수, 최경희 선거 도운 최측근
‘미래라이프대’ 추진에도 앞장
정유라, 이 교수 ‘디자인 연구’ 수강
리포트 안 내고도 ‘Pass’ 받아

19일 한국연구재단의 한국연구자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이 교수는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총 3건의 정부 지원 연구 프로젝트에 책임연구원 또는 공동연구원으로 등록돼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적용한 고기능성 작업용도별 화재진압용·구조용·조사용·구급용 장갑 및 방화두건의 개발(1년 연구비 25억원씩 2건 수주) ▶여성신산업융합인재양성사업(연구비 5억원) 등이다. 연구비 총액만 55억원에 이른다. 이 교수가 1995년 3월 이화여대 교수로 임용된 이후 따낸 총 9건의 정부 지원 연구 중 3분의 1이 최근 1년여 사이에 확보된 것이다. 이 교수의 괄목할 만한 성과가 최씨 모녀와의 밀접한 관계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최씨의 딸 정씨는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15학번으로 입학했다. 이 교수의 전공과 직접 연관은 없었다. 하지만 올해 1학기부터 건강과학대학이 신산업융합대학으로 변경됐고 그 산하에 의류산업학과와 체육과학부가 들어갔다. 이후 정씨는 타 전공인 의류산업학과 과목을 3과목이나 이수했다. 1학기 때 ‘컬러플래닝과 디자인’(3학점), 계절학기 때 ‘기초의류학 I’(2학점)과 ‘글로벌 융합 문화 체험 및 디자인 연구’(2학점)다.

보통 1~2학년생이 타 전공을 수강하는 일은 흔치 않다. 특히 정씨는 세 수업을 들은 뒤 평균 학점이 0점대에서 3점대까지 수직 상승했다. 이 중 이 교수는 디자인 연구 수업의 담당 교수였다. 해당 수업은 중국 구이저우(貴州)성을 5일간(8월 3~8일) 방문해 패션쇼 모델로 직접 서 보고 다른 일정 등을 소화한 뒤 사후 보고서를 작성하는 수업이었다. 이 수업에서 정씨는 다른 학생들보다 하루 늦게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타고 중국에 도착했다. 이후 대부분의 일정에 불참한 채 사흘 만에 돌아갔다. 사후 보고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수업에서 ‘패스(Pass·통과)’를 받았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정씨가 최씨의 딸인 걸 알지 못했고 정씨가 8월에 시합이 예정돼 있다고 해 대회 출전 증빙 서류를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단체 카카오톡방을 보면 이 교수 측은 학생들에게 ‘정유라씨는 교수님이 따로 공지하신다고 합니다’라고 통보했다. 특별 대우했다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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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최 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최 총장이 총장 후보로 선거 운동을 할 때도 적극적으로 도왔다고 한다.

이화여대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 불씨가 된 평생교육 단과대 ‘미래라이프대’ 사업 추진에도 앞장섰다. 교육부로부터 이 사업을 따낸 뒤 이 교수는 글로벌미래평생교육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익명을 요구한 이화여대 관계자는 “교내에선 미래라이프대가 설립되면 당연히 이 교수가 학장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의류산업학과 학생들은 이화여대 생활환경관 곳곳에 대자보를 붙여 가며 이 교수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본지는 이 교수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글=홍상지·조한대 기자 hongsam@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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