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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최승희’ 같은 몸짓 다른 느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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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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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메하라 류자부로의 1941년 작 ‘무당춤’(왼쪽)과 고려인 화가 변월룡의 1954년 작 ‘무용가 최승희 초상’. [사진 리앤구 아트·국립현대미술관]

20세기 전반 활동한 신(新) 무용가 최승희(1911~67)가 춤추는 모습을 담은 일본 화가의 그림이 발굴됐다. 이학준 ‘리앤구 아트’ 대표는 19일 “일본 근대 화가 우메하라 류자부로가 그린 최승희의 ‘무당춤’ 유화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우메하라 류자부로(梅原龍三郞, 1888~1986)는 일본 근·현대 화단의 대표 작가로 ‘왕자 화가’로 불렸을 만큼 부와 명성을 모두 누린 스타 미술가다.

일본 화가 우메하라 ‘무당춤’
홍콩 아트페어서 발견 첫 공개
변월룡 그림과 비교돼 더 관심

‘무당춤’은 우메하라가 1941년 그린 인물화로 독특한 색채 감각과 무희의 춤추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 미술사뿐 아니라 역사적 가치를 지닌 자료다. 이 대표는 이 그림을 홍콩 ‘바젤 아트페어’에서 우연히 발견해 지난해 구입한 뒤 1년 여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한 뒤 공개했다.

프랑스에 유학하며 여체(女體) 표현에 감각을 발휘했던 르누와르의 화풍을 승계한 우메하라는 춤꾼 최승희의 난만한 춤사위를 색과 필체로 잘 살려냈다. 미묘한 색채의 배합과 공중으로 떠오른 무희의 섬세한 손짓 발짓이 한 공간에 집약돼 있다. 조선 춤의 정중동이 사진의 한 컷처럼 정지됐다.

최승희는 일제강점기 미국과 유럽, 중남미에서 150여 차례 공연을 펼치며 세계적인 무용가로 활동했던 안무가이자 교육자다. 1926년 춤 스승인 일본 무용가 이시이 바쿠(石井 漠, 1887~1962)를 만나 일본 유학길에 오른 뒤 그의 문하에서 주역 무용수로 활동했다. 29년 귀국한 뒤 ‘최승희 무용연구소’를 세워 다양한 무대를 만들며 한국에 근현대무용의 씨를 뿌린다. 46년 평양으로 건너가 북쪽 지역의 춤 문화 발굴과 발전에 애썼다.

이번 ‘무당춤’ 발굴은 지난 3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렸던 고려인 변월룡(1916~90) 탄생 100주년 회고전에 선보였던 1954년 작 ‘무용가 최승희 초상’과 비교돼 더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50년대 초 평양에 가 최승희를 만났던 변월룡과 1940년대 초 일본에 공연을 온 최승희를 무대에서 본 우메하라. 최승희의 실연 모습이 한국과 일본 두 화가의 작품으로 남게 된 역사적 인연이 더 뜻있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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