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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중앙일보 대학평가] 건양대 여학생 취업률 65%, 제주대 생리일 출석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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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여성친화대학 첫 평가 건양대 등 7곳 최상

본지가 올해 처음 시행한 ‘여성친화대학’ 평가에서 건양대 등 7개 대학이 최상으로 평가됐다. 여대를 제외한 74개대 중 여성 교수 비율, 여학생 취업률, 성폭력 예방교육 이수율 등 10개 지표가 우수한 대학을 선정했다. 여학생의 취업 질을 높이고 학내 양성 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대학을 발굴해 여학생의 학교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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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대학평가 <하> 여성친화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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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시 건양대 산학취업본부 이미지메이킹실에서 글로벌의료뷰티학과 학생이 모의면접을 준비하는 4학년 학생들의 화장과 헤어 메이크업을 돕고 있다. 여성 취업 성공 사례를 소개하고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관리하는 수업도 있다. 건양대는 중앙일보 대학평가 여성친화대학에서 최상위를 받았다. [사진 김현동 기자]

지난 12일 오후 충남 논산시 건양대 산학취업본부에서 정희윤(23·여·군사학과 4학년)씨는 거울을 보며 모의면접을 준비하고 있었다. 색조 화장품과 빗, 드라이기가 구비된 이곳은 ‘이미지메이킹룸’이다. 임진희 건양대 창의인재개발원 조교는 “보통 여학생들은 면접 화장에 10만원 정도 드는데 우리 학교는 헤어·메이크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면접 준비를 돕고 있어 취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학의 졸업 필수 과목인 ‘취업전략과 경력관리’에는 ‘유리천장을 깬 여성들’ ‘경력단절 여성 커리어 관리’ 등의 과정이 포함돼 있다. 이 대학의 여학생 취업률은 65%. 여자대를 제외하고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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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건양대는 2013년 대학가 성추행·성희롱 문제가 빈발하자 교수 연구실 문을 안이 들여다보이는 유리문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재학생 엄유빈(23·여)씨는 “4년간 성희롱 위협을 느낀 적이 없다. 하고 싶은 공부와 일을 찾도록 학교가 세심하게 도와준다”고 말했다.

첫 평가 ‘여·친·대’ 우수 대학들
중앙대, 여성 공학도 선배가 멘토링
순천향대, 연 2회 성희롱 예방교육
한세대 CCTV·비상벨 설치 늘려

본지 대학평가팀이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여성친화대학(여·친·대) 평가에서 건양대는 여자대를 제외한 74개대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번 평가는 여교수 비율, 여성 취업률, 성폭력 예방교육 이수율 등 10개 지표를 바탕으로 한다. 현재 여대생은 전체 대학생의 48%다. 그런데도 여학생의 취업률은 남학생보다 낮고 대학가에서 여성을 겨냥한 성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여성 친화적인 시스템을 갖춘 대학의 확산을 위해 평가가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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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에 오른 중앙대는 여학생의 취·창업을 장려하기 위해 ‘여성 공학인 멘토링’ ‘여성 CEO 초청 특강’ 등의 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진행한다. 창업 관련 수업만 20가지가 넘는다. 기술보증보험에 등록된 중앙대의 창업자 수 257명 중 여성은 27명으로 74개 대학 중 여성 창업자 비율이 가장 높다. 이 대학은 2004년부터 강의평가에 익명으로 수업 중 성차별·성폭력을 고발할 수 있는 문항을 추가했다. 수업 중 교수가 성차별적인 말이나 행동을 했는지 묻는다. 한양대(서울) 역시 여성 공학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학계와 기업에 진출한 여성 공학도를 재학생과 연결해 주고 있으며, 화장실과 별도로 여학생 파우더룸, 온돌수면실을 설치했다.

여성의 신체적 제약이나 출산·육아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생리공결제, 보육 관련 휴학 제도를 정비한 대학도 있다. 74개 대학 중 65개교가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휴학이 가능하다. 그러나 생리공결제를 보장하는 곳은 28곳뿐이다. 제주대는 2006년부터 생리공결제를 시행했다. 최근에는 여학생이 교수에게 직접 결석사유서를 제출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인터넷으로 생리공결을 신청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지난 학기 여학생 중 31%가 평균 1.3회 이 제도를 활용했다. 인제대 역시 2008년 생리공결제를 도입했으며 지난해 5000여 명의 여학생 중 반수가 평균 1.5회 출석을 인정받았다.

순천향대는 2014년부터 해외 인턴십·교환학생·해외 봉사활동 등 출국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한다. 김승연 순천향대 심리건강상담실 전임상담사는 “해외에서 외국 학생과 문화적 차이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간 400여 명의 학생이 구체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올바른 대처법을 토론한다. 이 학교는 교직원이 연 2회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는다(교육 이수율 90%·4위). 전체 대학의 평균은 63%에 불과하다.

여학생 비율이 54.8%인 한세대는 학생 안전을 위해 고화질 폐쇄회로TV(CCTV)의 수를 늘리고 여학생 화장실에 비상벨을 확충했다. 평가팀이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수집한 대학 CCTV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세대는 CCTV 1대당 학생 수가 12.63명(7위)이다. 74개 대학 평균은 1대당 20.7명이었다. 지난해 한 워터파크 탈의실에서 여성을 몰래 촬영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총학생회와 대학이 주기적으로 학내 몰카 탐색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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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친화대학 평가

여교수 비율 등 교수 부문(20점), 여학생 취업률, 여학생 비율 등 학생 부문(45점), 생리공결제 등 여성 보호 학칙 유무, 성폭력 예방교육 이수율 등 대학 부문(35점)으로 10가지 지표를 활용해 여대를 제외한 4년제 대학 74곳을 평가.

◆대학평가팀=남윤서(팀장)·조진형·위문희·노진호·백민경 기자, 남지혜·송지연·이수용 연구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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