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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외침 LOUD] ‘ 쓰레기 투기 금지’ 대신 ‘바로 당신?’ 붙였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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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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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D가 서울 마포구 주택가에 붙인 ‘대화형 공지문’. [제임스 요한슨 객원 사진작가]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주택가, 쌓여 있는 크고 작은 종량제 봉투 사이로 검정 비닐봉지가 눈에 띕니다. 봉지를 열어보니 과자 봉투와 먹다 남은 빵 반 조각 등이 들어 있습니다. 담벼락에는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마포·서대문구서 2주간 실험
“무단투기 사라져 깨끗해졌다”
대화형 문구·그림이 골목 풍경 바꿔

쓰레기 종량제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양심을 몰래 버리는 쓰레기 무단투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서울시가 적발한 쓰레기 무단투기 건수는 5만402건, 과태료 부과액은 27억6027만원입니다. 2013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단속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무단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OUD팀은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연남로와 서대문구 연희로 인근 주택가 골목에 ‘대화형 공지문’을 도입해봤습니다. 금지 대신 설득의 문구와 픽토그램으로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취지입니다. 가로 20㎝, 세로 120㎝ 크기의 스티커에는 ‘이웃사랑!’ ‘작은 다짐!’ ‘제발 그만!’ ‘바로 당신?’ ‘무단투기?’ ‘쓰레기 봉투?’라는 문구를 적고 ‘빨간색 하트’ ‘주먹 쥔 손’ ‘검정 쓰레기 봉투’ 등의 픽토그램을 나란히 배치했습니다.

18일 이곳을 다시 찾아 주민에게 효과가 어떤지 물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는 구영환씨는 “최근 2주간 지켜본 결과 확실히 가로등 주변이 깨끗해졌다”고 말했습니다. 학생 김모씨도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쓰레기가 없어졌다”며 “쓰레기를 버리려던 사람들이 이 문구를 보고 자제한 것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물론 LOUD의 방식이 무단투기 문제를 해결할 유일하고 확실한 해결책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길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그 뜻이 친근하고 재미있게 전달될 수 있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을 담은 깔끔한 게시물이 쓰레기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골목의 풍경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일상 속 작은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보내 주세요

e메일(loud@joongang.co.kr), 페이스북(facebook.com/loudproject2015)으로 보내 주시면 개선책을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중앙일보(joongang.co.kr), 중앙SUNDAY(sunday.joongang.co.kr)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그동안 진행한 LOUD 프로젝트를 볼 수 있습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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