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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도용 방지, 투자 상담 ‘금융 알파고’에 맡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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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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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김모(38)씨는 점심시간을 활용해 KEB하나은행 PB센터지점을 방문해 여유 자금을 활용할 방안을 문의했다. 김씨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태블릿 PC를 통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사이버 PB’를 이용했다. 투자자 성향에 대한 설문 내용에 응답하고 투자 목적에 대해 입력하자 화면에 위험도가 나타났다. 사이버 PB는 목표 금액을 달성하기 위한 포트폴리오를 제안했고, 김씨는 추천 상품 중 채권형 펀드와 해외 배당주 펀드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김 씨가 투자 결정을 내리는데 걸린 시간은 10분에 불과했다. 이 은행은 향후 지점 방문 없이 PC와 모바일을 통해 ‘사이버 PB’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신한카드, 딥러닝 시스템 연말 도입
KEB하나, 사이버 PB가 자산 관리
우리은행은 상담용 채팅봇 개발 중

신한카드는 이르면 연말부터 인공지능(AI)의 딥러닝 방식을 적용한 ‘카드 부정 사용 거래 적발 시스템(FDS)’을 도입할 예정이다. 컴퓨터가 여러 가지 데이터를 활용해 사람처럼 학습을 하는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카드 거래의 이상징후를 포착해 부정 거래를 스스로 잡아낸다. 예를 들어 해외 편의점에서 국내 거주자 카드가 잇따라 결제될 경우, 딥러닝을 기술을 도입한 FDS가 패턴을 파악한 뒤 같은 방식으로 거래되는 부정 거래를 찾아내 중단시킨다. 최근 금융권에선 AI 로봇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 개발 경쟁이 한창이다. ‘알파고’ 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로 유명해진 AI 기술이 금융 서비스에도 접목되고 있다. 현재까지 AI 로봇 기술을 접목해 선보인 금융 서비스는 ▶신용평가모델, ▶자산관리, ▶금융 상담(채팅봇) 등이다. 여기에 알파고와 같은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도 개발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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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소비자들의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과 선택권이 확대될 전망이다. 김경빈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대출 등 금융 상품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자산관리 서비스의 문턱이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7월 자사의 모바일 뱅크인 ‘써니 뱅크’에 자체적으로 개발한 신용평가 모형을 적용했다. 신한은행 측은 “빅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 등 새로운 분석 기법을 활용한 중금리 대출 전용 신용평가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기법을 통해 대출자의 옥석을 가림으로써 기존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기 힘든 사람도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KEB하나은행의 ‘사이버 PB’ 등 로보어드바이저(로봇+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활용하면 누구나 손쉽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 은행권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을 맡겨야 했지만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산에 관계없이 무료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금융 상담을 받는데 있어서 시간·공간적인 제약도 줄어들 전망이다. 은행권은 ‘금융 상담 로봇’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채팅봇’은 메신저로 금융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질문하면 로봇이 자동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은행은 직원용 ‘헬프 데스크’에 채팅봇 서비스를 적용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기존에는 직원이 업무 처리를 위한 전산코드가 기억나지 않을 경우 상담원에게 문의하거나 검색을 통해 찾아야 했지만 채팅봇을 활용하면 자동으로 답변을 받게 돼 업무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이 은행은 향후 이 서비스를 일반 고객에게 확대할 예정이다. IBK 기업은행도 연말까지 ‘금융상담 채팅봇’시범사업을 추진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모바일·인터넷뱅킹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AI 기술 확보를 위한 경쟁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3일 고려대학교 복잡데이터연구실과 함께 ‘미래에셋 인공지능 금융연구센터’를 설립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리서치와 자산배분 솔루션, 투자성향분석과 상품·서비스 개발까지 투자의 전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회사 입장에선 금융 서비스에 AI 기술을 접목하면 고객 맞춤형 상품 개발이 가능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유리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군에 대한 분류가 가능해 맞춤형 상품·서비스의 개발과 마케팅이 가능해 진다”며 “장기적으로는 지점과 인건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AI 기술 도입으로 금융회사-금융 소비자가 ‘윈윈’할 수 있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김 연구원은 “AI 기술의 도입으로 금융 업무의 객관성과 효율성은 커졌지만 고객 데이터 관리, 해커의 공격으로 인한 위험 요소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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