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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4차 산업혁명시대, 질 중심의 대학 혁신을 주목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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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내 대학들은 그간 양적 팽창에 집착해 교육·연구의 질(質)을 소홀히 했다. 그러다 보니 청년층 고등교육 이수율(69%)은 세계 최고인데 국제 경쟁력은 최하위권을 맴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이대로라면 절망적이다. 그런데 희망이 보이고 있다. 본지가 창간 51주년을 맞아 실시한 ‘2016 대학평가’ 결과 대학들의 패러다임 전환이 활발한 것이다. 실용과 콘텐트 중심의 교육·연구 강화로 ‘추종자(follower)’가 아닌 ‘선도자(first mover)’가 되겠다는 변화다. 올해 23회째인 본지 대학평가의 특징이다.

방한 중인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도 어제 일자리 변동이 극심한 문명사적 대변혁기엔 유연한 교육시스템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미국 스탠퍼드대가 산학 협력은 물론 창업까지 지원해 수많은 스타트업을 키우며 부(富)와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 대학들의 변신은 신선하다. 한양대는 전공·취업의 미스매치 등 고용시장의 불안정성에 주목해 창업교육 실용학제를 접목했다. 그리고 490명의 벤처창업가를 배출하는 등 실용학풍의 선두주자가 됐다. 강의만 하던 교수가 학생의 인생 멘토가 되는 것도 참신하다. 교수들이 일대일로 전공·진로 선택 상담을 해 주는 고려대의 멘토 교수단, 세계 3억 명의 직업군을 적성에 맞게 설계해 주는 연세대의 빅데이터 컨설팅이 그렇다. 진정한 교육의 길 아닌가.

연구 풍토의 변화도 주목된다. 단타 위주의 단순 논문보다는 홈런을 칠 수 있는 질 중심의 연구에 대학들이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대학의 국제 경쟁력을 끌어내린 주요 원인인 논문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려면 미래 발전의 동력인 젊은 학자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본지가 40세 미만 교수를 대상으로 논문 가치의 가늠자인 피인용 횟수를 분석해 보니 이규태 서울대 교수가 465회로 1위였다. 소금으로 전지를 만드는 것을 연구한다는데 그런 연구자를 키워야 만루 홈런이 나오지 않겠는가. 대학들의 거침없는 혁신과 진화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