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드리고 두테르테(71)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18일 중국이나 러시아와 군사훈련을 할 뜻을 밝혔다.
그는 방중에 앞서 홍콩 봉황위성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와 군사훈련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이다”고 답했다. 이어 “미국에겐 필리핀 군인들과 놀 시간을 충분히 줬다”라며 이달 초 필리핀에서 열린 미·필리핀 연례 합동상륙훈련이 마지막 군사훈련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두테르테는 “대테러용 소형 공격정이 필요하다. 중국이 이런 시도를 도와주지 않으면 우리는 테러와 싸우는데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라며 중국에서 무기를 들여오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선 “중국만이 우리를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테르테가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6일 대통령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중ㆍ러 양국과 경제·무역 등 모든 영역에서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며 최장 120년의 토지 임대도 허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미국의 오랜 동맹인 필리핀이 ‘반미 친중’ 행보를 보이는 이유가 “미국이 오랜 기간 필리핀을 식민지로 여겨온 역사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통신은 “두테르테는 미·중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진전시키길 바랄 뿐 아니라 중국과 군사 협력을 늘리면 중국이 필리핀의 새로운 무기공급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두테르테는 중국과의 경제협력 확대를 통해 필리핀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실제로 두테르테가 필리핀 기업인 400여명이 포함된 경제사절단과 함께 중국을 방문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자신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마닐라~민다나오주(州)를 잇는 필리핀 고속철도 사업 등이 주요 경협 대상으로 거론된다.
미 외교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앤드류 쉬어러 선임고문은 “중국이 필리핀을 미국으로부터 벗겨내는데 성공한다면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하려고 지난 수년간 노력해 온 오랜 베이징 외교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AP통신도 “미국 입장에선 일본과 한국부터 호주를 잇는 동맹 체인에서 중요한 필리핀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면서까지 행동을 취하는 상황을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리커창(李克强) 총리,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과도 회동할 예정이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