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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원작 ‘현의 노래’, 국악극으로 만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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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현의노래`. 왼쪽부터 김태문(니문역), 김형섭(우륵역), 이하경(아라역)[사진 국립국악원 제공]

'현의 노래'는 김훈 작가의 소설이다. 삼국사기의 짧은 기사에서 영감을 받아 2003년 국악박물관의 악기를 들여다보며 완성했다. 이 우륵과 가야금 이야기가 국악극으로 재탄생한다.

국립국악원(원장 김해숙)은 다음달 10일부터 20일까지 총 10회에 걸쳐 국악극 ‘현의 노래’를 예악당 무대에 올린다.

김훈은 ‘현의 노래’ 서문에 ‘내 글이 이루지 못한 모든 이야기는 저 잠든 악기 속에 있고, 악기는 여전히 잠들어 있다’고 썼다. 음악에 대해서 못다 쓴 작가의 갈망이 읽히는 부분이다.

국립국악원은 김훈 작가와 협의 후 ‘현의 노래’의 공연 작품화를 결정했다. 2014년 음악극 ‘공무도하’에 이어 천 오백년 전 가야 왕국과 가야금, 우륵의 이야기를 기획 작품으로 들고 나왔다. 1년 남짓 정성을 기울인 올해 최고 기대작이다.

궁중연례악 ‘왕조의 꿈, 태평서곡’, 궁중정재 ‘여민동락’ 등 전통 공연 예술 작품을 선보였던 연출가 이병훈이 구성과 연출을 맡았다. 영화 ‘귀향’의 주제곡인 ‘가시리’, 음악극 ‘공무도하’와 ‘솟아라 도깨비’ 등의 작곡과 음악을 맡았던 류형선(전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예술감독) 작곡가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18일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류형선 음악감독은 “김훈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감성이 천지사방 파편처럼 튀어나온다. ‘나쁜 사람’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 동안 정신을 못 차렸다”며 “오랜 시간을 다듬은 필체인데 또 날것 같이 생생하다. 이런 걸 어떻게 담아야 할까 고민하며 가사를 썼다”고 밝혔다.

김훈 작가의 유려한 문장은 ‘내레이션’으로, 극중 배역의 감정 전달은 ‘아리아’로, 극적 전개를 이끄는 음악은 ‘합창’으로 표현된다. 여기에 가야금을 앞세운 현악기 중심의 국악관현악이 소리로 빛을 낸다.

판소리 창법에 현악기의 음색을 더한 ‘가야금 병창’이 ‘현녀’역을 맡아 합창으로 음악의 전개를 주도한다. 류형선 음악감독이 직접 작사한 노랫말이 흘러간다.

원작의 다양한 등장인물은 과감히 줄였다. 우륵에 집중해 작품을 새로이 구성했다. 대본에는 홍원기(극작가, 연극배우)가, 드라마트루그에는 서연호(고려대 명예교수)가 참여해 국악극의 특성을 살리고자 했다. 실제 가야금 연주자인 김형섭(국립국악원 정악단 단원)이 주인공 ‘우륵’으로 분한다. 우륵의 제자인 ‘니문’역에는 김태문(뮤지컬 배우)이 맡는다.

연출가 이병훈은 “김훈의 원작을 읽으면 무대화한다는 게 미친 짓처럼 느껴진다. 그 유려하기 그지없는 언어를 무대 위에 세워 놓으면 상상력이 쪼그라들고 만다. 참혹한 시대를 홀로 대적한 우륵의 독백에 주목했다. 음악이 중심이 되는 음악극으로 꾸몄다. 무대 위에 관현악단이 나와 있고, 무덤이 발굴되는 현장 속에 과거와 현재가 교차한다”고 말했다.

류형선 음악감독은 김훈 작가가 말한 “가야금 안에 깃들인 맹렬한 적막”을 음악적 화두로 삼겠다고 했다. 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은 “전통과 창작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다. 우륵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나는 우리 음악을 느끼고 가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글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ㆍ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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