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카카오, 음식 배달 시장 뛰어든다

중앙일보

입력 2016.10.18 02:30

업데이트 2016.10.1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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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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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음식 주문·배달 사업에 진출한다. 카카오 내부 사정에 밝은 유통업계 관계자는 17일 “카카오가 내년 1월 음식 배달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막바지 준비 중”이라며 “카카오톡 안에 ‘더보기’ 형태로 기능이 추가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카카오톡을 열면 뜨는 네 개의 메뉴 버튼 중 맨 우측 버튼을 누르면 선물하기, 헤어숍 예약 등 기능 버튼 모음이 있는데 이곳에 음식 주문 서비스가 추가된다는 얘기다.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측은 이달 초 음식 배달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서비스업을 하고 있는 A사를 찾아가 이 같은 계획을 전달했다.

중개 플랫폼 투자 완료, 내년 1월 서비스 출시 채비
배달의민족·요기요 등 기존 O2O 업체 크게 반발
카카오 측 “서비스 종사자와 이용 고객 윈윈 목표”

카카오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음식을 중심으로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사업 형태는 ‘더보기’가 될지, 그보다 접근이 더 편리한 또 다른 방식이 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카카오 관계자는 “음식점의 대표 전화로 전화를 걸지 않아도 카카오톡 문자만으로 주문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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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올 상반기부터 배달 사업 진출을 준비했다. 지난 7월 주문 중개 플랫폼 기업 씨앤티테크에 투자해 지분 20%를 취득한 것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업계에선 본다. 씨앤티테크는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 80여 개의 유선·온라인 주문을 중개하는 회사로 해당 시장의 점유율이 90%에 달한다. 고객들이 각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대표 번호나 홈페이지로 음식을 주문하면 씨앤티테크는 고객과 가장 가까운 매장으로 주문을 연결해주고, 매장의 판매시점관리시스템(POS)으로 주문 내역을 전송한다.

카카오가 배달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면서 O2O 업계는 들끓고 있다. ‘O2O 골목상권 침해’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간 O2O는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 각광받았으나 소비자들의 실생활에 성공적으로 파고든 서비스는 많지 않다. 음식 배달·주문 서비스가 가장 성공적이고 이 밖에 ‘야놀자’ ‘여기어때’ 등이 성업 중인 숙박 예약, 부동산 앱인 ‘직방’ 정도가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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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음식 배달 사업 진출은 오프라인에만 있던 서비스를 최초로 O2O 사업으로 만드는 일이 아니고, 스타트업 몇 곳이 적자를 감수해 가며 일궈 놓은 시장에 거대 자본을 갖고 쉽게 뛰어든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음식 배달 앱 시장에서는 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모두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문 점유율이 50%대로 가장 높은 배달의민족만이 올 상반기 3년 만에 적자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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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은 “소상공인들에게 수수료를 받는다”는 비판에 따라 음식점주들로부터 받던 6.25%의 수수료를 폐지했다. 짜장면·짬뽕을 파는 동네 중국집들이 모두 영세 자영업자인데 이들에게 결제 대금을 떼는 게 옳지 않다는 지적을 수용하면서 적자에 시달렸다. 요기요와 배달통도 ‘수수료 0’ 상품을 내놓고 영업해 왔다. 그러나 수수료 폐지가 시장 확대로 이어지고 기존 업체들도 적자를 벗어날 기회를 맞았다. 이 시점에서 카카오가 뛰어드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진출이 그동안 성공 여부가 불투명했던 여러 O2O 사업을 흑자 가능성이 큰 사업으로 만회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주차 안내 회사를 인수해 뛰어든 카카오파킹 서비스는 기술 유출 논란에 휩싸였다. 미용실 예약 프로그램인 ‘카카오 헤어숍’, 농축산물 판매를 중개하는 ‘카카오 파머’ 등도 론칭했지만 성공적으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고민은 돈 안 되는 모델은 잇따라 성공하고 시장에서 박수를 받지만, 돈을 벌자고 뛰어든 모델은 수익성에도 실패하고 논란을 일으킨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카카오는 무료로 서비스한 카카오톡과 수입이 거의 없는 카카오택시 정도만 시장에서 성공했다.

벤처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정도의 혁신성을 가진 기업이라면 신기술 개발로 O2O 산업의 파이 자체를 키우는 일을 해야 한다”며 “시장 혁신과 신기술 개발이 아니라 수수료 나눠 먹기 사업에 들어가는 것은 O2O 산업 생태계의 건강성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이수진 홍보팀장은 “카카오 택시를 서비스하면서 택시기사들의 연 소득이 300만원 이상 늘었다”며 “O2O 서비스의 핵심은 대리기사·택시기사 같은 서비스 종사자와 이용 고객 모두 이익이 증진되느냐가 핵심이고 새로 내놓게 될 O2O 서비스도 이런 관점에서 진출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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