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거울에 비친 색다른 ‘라 트라비아타’가 온다

중앙일보

입력

기사 이미지

11월, 눈과 귀를 잡아끌 오페라가 온다. 세종문화회관(사장 이승엽)과 한국오페라단(단장 박기현)이 공동 주최하는 ‘라 트라비아타’가 다음달 8일부터 1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탈리아 마체라타 극장이 오페라 연출의 거장 헤닝 브록하우스에게 의뢰해 1992년 초연된 이 프로덕션은 그동안 로마·나고야·볼티모어·발렌시아·툴롱·베이징 등 세계 유명 공연장에서 재공연됐다.

독일 출신 헤닝 브록하우스는 원래 클라리넷 주자였다. 조르조 스트렐러를 만나 오페라 연출가로 변신한 이후 라 스칼라 극장 등 세계 유수의 오페라 무대와 페스티벌에서 명성을 떨쳤다.

1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헤닝은 한국은 첫 방문이라며 “이번 ‘라 트라비아타’는 1992년 초연 이후 25년 동안 공연됐다. 베르디의 악보를 충실히 재현한 것도 비결 중 하나다. 긴 세월동안 축적된 내공이 묻어나면서도 산뜻함과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이날 마체라타 야외극장 공연 장면이 상영됐다. 오프닝 파티장면은 화려했다. 특이한 건 거울의 사용이다. 천장에서 내려다본 장면이 후면 벽에 거울로 비친다. 만화경 같은 무대다. 관객이 볼 수 있는 한정된 시각을 더 확장하고 있다. 여느 오페라와 달리 바닥의 장식을 무대 장식으로 활용한다. 거울의 각도를 서서히 달리하자 더욱 다양한 모습이 잡힌다. 지휘자와 관객이 벽면에 비치기도 했다. 헤닝은 “3막에서 거울이 들릴 때면 마치 오라토리오를 연상시킬 거다. 관객들은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무대에도 가로 22미터 세로 12미터의 대형 거울이 등장한다. 헤닝은 “거울 안에는 두 개의 시선이 존재한다. 현실적인 사실주의에 근거를 두고 있다. 관객들은 평소에는 보지 말아야 할 부분을 보게 된다. 커튼 뒤에 숨어서 엿보는 듯한 관음증적인 경험과 법정의 증인 같은 느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반적인 수평적인 모습에 거울을 통한 수직적인 모습이 더해진다. 이 두 가지 장면이 만들어내는 변증법이 독특한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헤닝은 ‘라 트라비아타’의 의미는 이탈리아 사람들도 제대로 모른다고 했다. “언젠가 12세 소녀가 내게 와서 ‘라 트라비아타’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며 "나는 ‘길 위에 버려진 여자’라고 답해줬다. 인생의 방향을 잘못 선택한 거다.”

헤닝은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처럼 오페라를 설명할 수는 없다”고 단정했다. 늘 새로운 무대를 통해 다양한 측면을 재해석하는 게 오페라의 매력이라는 얘기다.

제르몽 역에 카를로 구엘피, 알프레도에 루치아노 간치, 비올레타에 글래디스 로시와 알리다 베르티, 플로라에 마리아 라트코바 등 해외 성악가들이 다수 출연한다. 지휘는 이탈리아의 세바스티아노 데 필리피가 맡는다.

이날 소프라노 글래디스 로시는 “8년 전에 비올레타에 데뷔했다. 막마다 세 가지 서로 다른 여성을 표현해야 해서 어렵다. 매 순간 혼신의 힘을 다해 역할과 동일시되려는 모습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ㆍ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사진 세종문화회관 제공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