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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인권운동 헌신 홍남순 변호사 재조명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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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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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인권운동에 한평생을 헌신했던 홍남순(1913∼2006·사진) 변호사의 타계 10주기를 맞아 고인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적극 추진된다. 홍 변호사 관련 기념사업도 지난 6월부터 진행되고 있다. 이홍길 전남대 명예교수와 홍성우 변호사는 ‘취영 홍남순 변호사 기념사업회 창립위원회’를 꾸리고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기념사업회 창립위원회 출범
광주 5·18묘지서 10주기 추모식

기념사업회 창립위원회에는 민주·인권 활동을 해온 서울과 광주 지역 인사 1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기념사업회를 만들어 고인의 정신을 본격적으로 계승하고 알리는 활동에 나선다.

재야 인사들이 모이는 사랑방 역할로 민주화의 역사적 장소로 평가되는 홍 변호사의 자택에 대한 사적화 사업도 추진된다. 광주광역시 동구 궁동 자택은 현재 타인의 소유다. 후손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간 해당 건물은 낡고 오래돼 비가 샌다. 광주시 등은 건물을 5·18 사적지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913년 3월 전남 화순에서 태어난 홍 변호사는 1937년 일본에서 상공학교를 졸업한 뒤 귀국해 48년 제2회 조선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광주지법과 광주고법 등에서 판사로 일하다가 63년 변호사 개업을 했다. 이후 대일굴욕외교 반대투쟁 전남지부위원장, 민주수호 국민협의회 전라남도 대표이사, 5·18 민주화운동 수습대책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민주·인권운동에 앞장섰다. 또 시국사범과 양심수 무료 변론을 하며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85년 한국 평신도 사도직협의회의 가톨릭 대상, 이듬해 대한변호사회의 인권상, 93년 정부의 국민훈장 무궁화장 등을 받았으며 2006년 10월 14일 뇌출혈로 투병 중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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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홍남순 변호사 10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이낙연 전남지사, 이홍길 전남대 명예교수, 정대철 전 의원, 박준영 의원, 강동완 조선대 총장(앞줄 왼쪽부터). 영정을 든 이는 홍 변호사의 아들 영훈씨. [프리랜서 오종찬]

지난 15일 오전 11시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는 ‘대인 홍남순 변호사 제1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홍남순 변호사 추모모임이 마련한 추모식은 약 1시간 동안 치러졌다. 약력보고, 추모사, 유족 대표 인사, 추모공연, 헌화·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윤장현 광주광역시장과 이낙연 전남지사, 국민의당 박준영 의원, 이홍길 전남대 명예교수,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과 광주·전남 지역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뜻을 기렸다. 추모식이 끝난 뒤에는 묘지를 둘러보며 고인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떠올렸다.

윤장현 시장은 추모사에서 “민주·인권·평화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오신 고인의 노력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낙연 지사도 추모사에서 “고인은 대한민국의 마지막 투사이셨다. 역사의 고비마다 선두에 서서 싸웠으며 정의를 외치던 이들을 무료로 변론한 열정적이고 자상한 투사였다”고 평가했다.

박석무 이사장은 “벌써 10년이나 됐는데 제대로 된 추모의식을 치르지 못하고 뜻을 계승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고인의 정신을 계승해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영 의원(전 전남지사)은 “이 땅의 모든 백성들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고, 내 지도자를 내 손으로 뽑는 그런 민주사회를 위해 헌신했다”며 “마지막 가시기 전 병상에서 말씀하셨던 ‘정의가 더 강물처럼 흐르고, 자유가 더 만발하고, 모든 국민에게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는 대한민국’의 길을 후배들이 열어가는 데 항상 힘을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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