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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 첫 단편·독립영화관 연 27세 청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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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0평(33㎡) 남짓한 캄캄한 지하실. 18석 규모의 좌석에 관객은 3명뿐이었다. 150인치 크기의 스크린에서 영화가 시작됐다. 극단 시지프의 창단극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단원들의 얘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바보들의 행군’이다. “일시정지시네마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극장주인 유재균(27) 대표가 인사말을 건네며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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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균 대표는 “이곳에서 영감을 받아 제2, 제3의 일시정지시네마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강원도 춘천에 정식 개관한 일시정지시네마는 춘천 최초의 단편·독립영화관이다. 대전 다방극장, 부산 모퉁이극장 등 지역별로 소규모 영화관이 있지만 강원도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단편영화관은 이곳이 유일하다. 극장 안엔 상영관과 매표소, 세미나실 등이 있었고, 한쪽엔 수백 편의 명작 비디오 영화가 진열돼 있었다. “원래는 오토바이 가게였는데, 몇 달을 투자해 직접 영화관으로 꾸몄죠. 직원은 저를 포함해 두 명뿐이에요.”

유재균 일시정지시네마 대표
적자에도 매일 4~5편 순환 상영

영화 마니아였던 유 대표가 극장 주인이 된 건 한 편의 영화 때문이었다. 지난해 말에 개봉한 ‘더 랍스터’다. “예고편을 봤는데 그 영화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춘천에 있는 두 곳의 대형 극장에선 볼 수가 없더라고요. 이참에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극장을 만들어보기로 했죠.”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3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두 달 뒤 ‘우리동네 영화’란 이름으로 프리오프닝 행사를 열었다. 유 대표는 매일 오후 1시부터 30분 간격으로 4~5편의 단편영화를 순환 상영한다. 관람료는 편당 2000원. 모든 수입은 배급사와 절반으로 나눈다. 최근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영화제를 열면서 단골 관객도 제법 생겼다고 했다.

하지만 수입은 운영 비용을 충당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그는 “정말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관객들이 많이 찾아오지 않을 때가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홍보 영상 제작 등을 통해 부족한 수입을 메우고 있다. 유 대표는 다음달부터는 미디어아트 전시를 여는 등 영화관을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극장주로서 목표를 묻자 그는 “임대료가 올라도 포기하지 않고 4년을 버티는 것”이라며 “제 극장을 찾아온 관객들이 이곳에서 영감을 받아 제2, 제3의 일시정지시네마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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