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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야 골프다…너도나도 짧은 치마 ‘걸그룹 패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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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어진 여성 골프웨어

해가 갈수록 골프 패션이 눈에 띄게 젊어지고 있다. 골프를 여가로 즐기는 인구가 20~30대 젊은 골퍼들로 확대된 데다, 중장년층 골퍼들도 필드에서만큼은 과감하게 젊은 취향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골프웨어 브랜드들이 이런 트렌드 변화를 놓칠 리 없다. 발 빠른 브랜드는 젊고 감각적인 스타일의 의류와 액세서리를 선보이는가 하면 아예 젊은 골퍼를 끌어들이기 위한 신규 브랜드를 론칭했다. 특히 여성 골프웨어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다시 돌아온 골프 시즌을 맞아 젊어진 골프 패션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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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로고 덕분에 뒷태가 돋보이는 LPGA갤러리의 점퍼와 스커트.

골프 패션이 젊어진 첫 번째 이유는 골프 인구가 젊어졌기 때문이다. 골프를 즐기는 20~30대가 늘어나면서 트렌디와 패셔너블함이 강조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20~30대 젊은 골퍼 수가 부쩍 증가했다.

올해 초 공개된 대한골프협회 조사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한 번이라도 골프를 해 본 사람은 약 531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20대 골프 참여 인구는 2012년 9.1%에서 2014년 14.6%로 뛰었다. 불과 2년 새 60% 증가했는데, 모든 연령대에서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연령대별로 분류하면 남녀 모두 40대가 가장 많은 골프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남자 28.1%, 여자 10.1%). 흥미로운 점은 둘째 그룹이 남자는 50대(16.8%)인 반면 여자는 30대(6.8%)라는 점이다.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까지 이어지는 젊은 골퍼들이 주축을 이루는 여성 골프 패션이 요즘 뜨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필드에서만큼은 과감한 패션에 도전하는 중장년층의 취향이다. 빈폴골프의 여미예 디자인실장은 “대부분의 고객들이 실제 나이보다 골프웨어를 젊게 입으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필드라는 공간이 주는 해방감 때문인지 평소 입기 어려운 짧은 치마에 도전하는 등 과감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초미니 스커트에 속바지, ‘니 삭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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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래 같은 프린트를 입으면 키가 커 보인다. 까스텔바쟉.

젊은 골퍼들이 선호하는 골프웨어는 몸매를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이다. 여 디자인실장은 “젊은 골퍼 인구 증가 추세에 맞춰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젊은 디자인’을 내놓고 있는데,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슬림한 실루엣과 여성성이 부각되는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티셔츠는 스판덱스 소재를 써서 몸에 꼭 달라붙게 하고, 치마 길이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과거 55사이즈 티셔츠 가슴둘레가 88㎝였다면 요즘엔 84㎝까지 줄였어요. 6~7년 전에는 스커트 길이가 42㎝이면 아주 짧은 편이었는데 지금은 37㎝가 보통이고 그보다 짧은 것도 많아요. 상체를 숙이면 아슬아슬한 정도라서 속바지를 붙이지요.”

속바지는 걸그룹이 무대에서 짧은 치마를 입고 춤출 때 안에 받쳐 입는 반바지 타이츠를 말한다. 걸그룹에서 영감을 얻은 또 다른 아이템은 무릎까지 오는 ‘니 삭스(knee socks)’다. 짧은 스커트와 함께 신으면 걸그룹처럼 발랄해 보여서 가을·겨울 시즌 보온 효과를 위한 필수 아이템이 됐다. 빈폴골프는 이번 시즌 클래식 무드를 반영한 체크·헤링본 무늬의 집업과 체크 패턴 스커트를 선보이면서 함께 신을 수 있는 다양한 양말 종류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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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 캐릭터 스웨터와 무릎 길이 양말 디자인이 경쾌해 보인다. 왁.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올해 론칭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골프웨어 브랜드 ‘왁(WAAC)’은 스윙과 퍼팅 등의 동작을 할 때 보디라인이 돋보일 수 있는 패턴 절개법을 개발했다. 왁의 최서희 디자인실장은 “어드레스를 하기 위해 엉덩이를 뒤로 빼는 자세를 잡을 때 엉덩이 부분이 볼록하고 업돼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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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코스테의 슬림핏 피케 셔츠와 짧은 플리츠 스커트.

라코스테는 오랜 기간 골프웨어로 사랑 받아온 피케셔츠를 슬림핏으로도 내놓고 있는데, 탄력 있는 실루엣을 뽐내고 싶은 젊은 골퍼들에게 인기다.

빈폴골프 여미예 실장은 “필드가 또 하나의 런웨이로 여겨지면서 여성 골퍼들이 과감하고 차별화된 디자인의 골프복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장에 등장한 ‘개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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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영의 애견 ‘부부리’를 캐릭터로 만든 빈폴골프의 골프채 커버(왼).아티스트 감성을 담은 까스텔바쟉의 골프화(오).

요즘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에서는 동물 모양을 이용한 위트 있는 캐릭터가 인기다. 골프 웨어에서도 젊은 취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를 응용하고 있다. 왁은 ‘왁키’라는 장난기 많은 악동 캐릭터를 고안해 캐시미어 스웨터·바람막이 등에 그려 넣었다. 빈폴골프는 연예인 이혜영과 협업하면서 그의 반려견 ‘부부리’를 모델로 세웠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젊은 층에서 유명해진 부부리를 캐릭터로 만들어 캐시미어 방풍 스웨터, 원피스, 다운 큐롯, 패딩 아우터, 장갑 등 다양한 제품으로 출시했다.

이번 시즌 파리·뉴욕 등 세계적인 컬렉션의 런웨이를 장식한 카무플라주 패턴도 젊은 골퍼들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어머님’ 세대에선 여성 패션과 무관했지만, 요즘 젊은 층의 스트리트 패션에선 군복처럼 얼룩덜룩한 카무플라주 패턴이 인기다. 빈폴골프와 왁 등에서는 이 카무플라주 패턴을 바람막이·팬츠·스커트·모자·장갑 등에 반영한 디자인을 내놨다.

이처럼 요즘 골프웨어는 일상복으로 입어도 될 만큼 웨어러블한 스타일로 변화하고 있다. 계절 변화에 따라 구비해야 할 옷 가짓수가 많은 데다 가격도 비교적 고가여서 고객은 활용도가 높은 디자인을 선호한다. 라코스테는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플레어스커트나 플리츠스커트, 피케원피스를 골프복으로 선보였다. 기존에는 한 눈에 봐도 골프 스커트로 보이는 디자인이 대부분이었다면, 이젠 트렌디한 일상복 느낌이 강세다.

위·아래 같은 패턴 키 커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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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취향의 골프웨어는 모노톤과 간결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깔끔한 색상과 소매·허릿단에 줄무늬 포인트를 넣은 빈폴골프. 타이트한 상의에 볼륨감 있는 스커트를 입으면 날씬해 보일 수 있다.

젊어진 골프 웨어는 20~30대 뿐 아니라 50대 이상에서도 꾸준히 구매가 일어난다. 여미예 실장은 “요즘은 50대 이상 여성 골퍼들도 몸매 관리를 잘 하기 때문에 슬림 핏을 충분히 소화한다”고 말했다. 슬림해진 골프웨어를 잘 소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팁이 있다. 우선, 타이트한 상의를 골랐다면 볼륨감 있는 스커트를 매치해 시선을 분산시킨다. 캐릭터가 그려진 모자 같은 독특한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러플 같은 장식도 몸매를 숨겨주는 역할을 한다. 빈폴골프는 물결 같은 러플을 단 바람막이 점퍼, 뒤쪽에 겹겹이 프릴을 달아 여성미를 살린 스커트를 내놓았다. 스커트를 짧게 입으면 다리가 길어 보인다. 위·아래 같은 프린트를 입는 것은 이번 시즌 트렌드면서 키가 커 보이는 코디네이션 방법이다.

명도와 채도가 높은 색상도 스타일을 젊어 보이게 한다. 이번 시즌 콘셉트를 ‘예뻐야 골프다’로 잡은 프랑스 브랜드 까스텔바쟉은 예술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화려한 색으로 담아냈다. 젊은 골퍼를 타깃으로 올해 론칭한 ‘LPGA갤러리’는 패셔너블한 블랙·화이트 등 모노톤 컬러에 레드·네이비 같은 포인트 컬러를 더해 절제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했다.

왁의 최서희 디자인실장은 “이번 시즌 트렌드 컬러인 레드나 블루 계열의 밝고 화려한 컬러와 패턴으로 포인트를 주고, 하의는 무채색 계열로 매치해 활용도를 높이면 젊고 세련된 분위기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글=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사진=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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