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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은행 영수증·대기표에서 환경호르몬 검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공기관의 영수증, 시중 은행의 순번대기표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돼 시민들의 건강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비스페놀A 1만ppm 안팎 검출돼 #정자 감소 유발…EU에선 규제 #입에 물거나 만지작거리면 '위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송옥주(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여성환경연대·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환경정의 등 환경단체와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과 시중은행의 영수증·순번대기표를 대상으로 환경호르몬(내분비계 장애물질)인 비스페놀A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 환경부 산하기관인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의 영수증에서는 g당 1만290~1만6469 ㎍(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의 비스페놀A가 검출됐다. 또 인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영수증에서는 g당 1만1879㎍, 경북 상주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영수증에서도 g당 1만141㎍의 비스페놀A가 검출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영수증에서는 9459㎍, 서울시청 열린민원실 영수증과 순번대기표에도 9210~1만1369㎍의 비스페놀A가 들어있었다.

이와 함께 우체국·농협·하나은행의 순번대기표에서도 1만3497~1만4251㎍의 비스페놀A가 검출됐다.

이들 영수증과 순번대기표에는 1만ppm(㎍/g) 안팎의 비스페놀A가 들어있는 셈이다.
영수증이나 순번대기표처럼 열을 가해 글씨를 나타내는 감열지에는 비스페놀A와 유사물질인 비스페놀S, 비스페놀B 등이 표면에 색을 내는 염료(현색제)로 사용된다.

비스페놀A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 작용을 하는 환경호르몬으로, 정자수를 감소시키고 사춘기를 촉진하고, 어린이 행동장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조사에서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신한은행의 순번대기표에서는 비스페놀A가 소량(~29㎍/g)만 검출됐으나, 대신 비스페놀 S 혹은 비스페놀B가 1만3144~1만9223㎍/g 씩 검출됐다.
유럽연합(EU)은 비스페놀A 하루 섭취 한계치로 체중 1㎏당 50㎍에서 4㎍으로 낮추기 위한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화학물질관리청 산하 위해성평가위원회에서는 감열지의 비스페놀A 농도를 0.02%(200㎍/g, 200ppm)로 제한한다'는 공동의견을 발표했고, 이 규제 내용은 지난 7월 6일 승인돼 오는 2019년 7월부터 효력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비스페놀A의 사용을 금지했고, 프랑스계 대형할인점 까르푸에서는 비스페놀계 물질이 들어있지 않은 영수증을 사용중이다.

송옥주 의원은 "세계적으로 비스페놀계 내분비 장애물질 사용에 대한 금지와 대체제의 안전성에 대한 검토가 진행중인데, 한국에서는 공공기관에서도 아무런 대안 없이 비스페놀계 환경호르몬이 사용된 영수증과 순번대기표를 발급하고 있다"며 "근로자와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대체 물질 개발과 관련 규제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A를 섭취하지 않기 위해서는 영수증을 입에 물거나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행동을 피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특히 패스트푸드점에서 감자튀김 등을 만져 기름에 젖은 손으로는 영수증을 만지지 않은 게 좋다는 것이다. 기름 묻은 손으로 영수증을 만진 뒤 다시 음식을 손으로 집어 먹을 경우 비스페놀A가 몸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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