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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강제 금주’ 풀린 날 가볼만한 곳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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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호 28면

오늘 주인공은 남동생 부부다. 결혼 3년 차인 동갑내기 커플로 현재 둘을 꼭 빼닮은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이 부부를 볼 때면 ‘부부의 연은 하늘이 맺어준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훤칠한 키, 서글서글한 인상에 매너도 좋았던 동생은 항상 여성에게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길게 만난 여성은 없어서 식구들로부터 늘 “결혼은 바라지도 않으니 연애라도 좀 진득하게 하라”는 타박을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단다. 이번엔 좀 오래가려나? 추석 가족모임에서 동생에게 ‘연애전선’에 대해 물었더니 ‘씩’ 웃었다. 저 웃음은 뭐지? 술자리가 깊어지자 동생은 매형(나의 남편)을 조용히 끌고나갔다. 한참 후에야 들어오는 동생과 눈이 마주친 순간, 난 직감했다. “너 사고 쳤지?”


역시나, 여자 친구가 임신을 했단다. 이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당장 다음달에 상견례를 끝냈고, 그해 12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올케는 신혼여행 내내 입덧으로 고생을 했고, 이듬해 여름 둘을 닮은 건강한 아기가 태어났다. 그런데 모유수유가 채 끝나기도 전에 둘째를 임신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고, 결국 지난해 말 둘째 조카가 태어났다.


양쪽 팔에 안은 아이들 얼굴만 보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지만, 애주가이고 와인을 즐겨 마셨던 올케는 동생을 만난 이후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무려 3년 동안 술을 끊어야 했다. 부부끼리 한 잔 할 때마다 올케는 부러운 눈으로 탄산수를 마셔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둘째 아이 모유수유까지 끝낸 아내를 위해 동생은 와인과 함께할 수 있는 근사한 디너 장소를 찾았다.

내가 동생 부부를 위해 추천한 곳은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의 ‘BLT 스테이크’ 레스토랑이다. BLT 스테이크는 ‘피터 루가(Peter Lugar)’‘볼프강 스테이크 하우스(Wolfgang’s steak house)’와 함께 뉴욕 3대 스테이크 하우스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BLT’는 작은 식당을 뜻하는 프랑스어 비스트로(Bistro)의 B와 셰프인 로랑 투롱델(Laurent Tourondel)의 이름 첫 글자에서 따왔다.


미식가들 사이에서 고기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으로 명성이 높은 이곳의 대표 메뉴는 프리미엄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 동생 부부를 위해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의 총주방장 스테파노 디 살보는 채끝 등심 스테이크를 메인 요리로 한 코스를 추천했다. 수석 소믈리에 정하봉 소믈리에는 코스요리 각각에 어울리는 와인을 알려줬다.


애피타이저로 나온 요리는 참치 타르타르. 저염 간장 소스를 깔고 아보카도 위에 참치를 층층 쌓아 올린 뒤 기름기를 쏙 뺀 샬롯 튀김을 얹었다. 각각의 식재료의 질감을 살린 메뉴로 맛은 담백하고 칼로리 또한 250kcal 선으로 높지 않아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참치 타르타르에는 프랑스 모젤 지역 리슬링 생산자로 손꼽히는 요한 요셉 프림의 화이트 와인이 매칭됐다. 와인 초보자부터 고수까지 모두 즐기기 좋은 와인으로 적절한 산미와 부드러운 목 넘김, 약간의 단맛이 식욕을 돋운다. 정하봉 소믈리에는 “그동안 출산과 육아로 고생한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참치 타르타르와 이 와인부터 맛보인다면 아내의 마음이 부드럽게 열릴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음은 메인 요리인 한우 채끝 등심 스테이크. 드라이 에이징 방식으로 2주가량 숙성시켜 고소하고 담백하다. 맛의 비결은 굽는 방식에 있는데, 그릴에서 센 불로 구워낸 뒤 브로일러의 복사열을 통해 위에서 내리쬐는 방식으로 한 번 더 익힌다. 이렇게 하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우면서 육즙이 살아있는 스테이크가 완성된다.


‘스테이크=레드 와인’이라는 공식을 깨고 정 소믈리에는 로제 와인을 매칭했다.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에서 생산되는 까브 데스끌랑의 위스퍼링 앤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젠시스 로빈슨이 극찬한 와인이다. 최고의 로제 와인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던 와인 메이커 패트릭 레옹이 성당에서 기도하던 중 불어오는 산들 바람에서 영감을 얻어 ‘위스퍼링 앤젤(Whispering Angel·천사의 속삭임)’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로제 와인이지만 달지 않고 적당한 타닌을 느낄 수 있어서 채끝 등심과 잘 어우러진다. 아름다운 핑크 컬러는 로맨틱한 저녁을 꿈꿔온 아내의 기분을 한껏 업(Up)시켜 줄 터. 그야말로 사랑스러운 마리아주다.


코스의 마지막은 스테파노 디 살보 셰프가 강력 추천한 디저트인 크레페 수플레. BLT 스테이크의 베스트 메뉴 중 하나다. 패션 프루트 소스가 곁들여져 상큼하다. 고기를 먹고 난 뒤의 느끼함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와인과 함께 즐겁게 저녁식사를 마친 동생에게서 감사전화가 왔다. “누나, 고마워. 아내가 정말 좋아하더라.”나도 모르게 이 말이 튀어나왔다. “동생, 분위기는 제발 적당히 내라.” ●


이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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