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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앵커 출신 조정민 목사 "'돌직구 목사'? 성경에 있는 대로 이야기할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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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우리를 종교로부터 자유롭게 하신 분이다. 그런데 우리는 종교에 얽매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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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마디부터 파격적이었다. MBC ‘뉴스데스크’의 메인 앵커를 역임하고 돌연 목회자의 길로 들어선 조정민(65) 목사를 이달 초에 만났다. 서울 청담동의 카페 건물 위층에 베이직 교회가 있었다. 건물주는 탤런트 유호정ㆍ이재룡씨 부부다. 조 목사와 함께 성경 공부를 한 적이 있는 유씨가 카페로 쓰던 층을 예배 공간으로 내주었다. 2013년 3월 조 목사는 베이직 교회를 개척했다. 어느 정도 성도 수가 채워지는 6개월 동안 유호정씨 부부는 임대료는 물론 관리비도 받지 않았다. 요즘 주일예배 때는 300석 공간이 빼곡하게 찬다. 주일 하루 5회 예배에 1400여 명이 참석한다. 신앙이 없던 이재룡씨는 조 목사로 인해 크리스천이 됐다. 앵커맨 출신이라서 그럴까. 조 목사의 ‘돌직구 설교’에 속이 뻥 뚫린다는 이들이 많다.

교회 이름이 ‘베이직(Basic)’이다. 왜 베이직인가.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뜻이다. 내년이면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마르틴 루터도 ‘성경으로 돌아가자, 예수로 돌아가자’고 외쳤다. 그로부터 500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또다시 교회가 본질에서 벗어나는 점들이 있다.”

교회명인 ‘BASIC(베이직)’을 머리글자로 따지면 ‘Brothers And Sisters In Christ(예수 안에서 형제와 자매)’란 뜻이다. 조 목사는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ㆍ자매가 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베이직 교회는 독립교단이다. 이 교회에는 직분이 따로 없다. 평신도-집사-권사-장로 등으로 이어지는 층계가 없다. 남자는 ‘형제’, 여자는 ‘자매’라고 부를 뿐이다.

왜 별도의 직분을 두지 않나.
“나는 성도들에게‘장로가 될 사람은 빨리 교회를 떠나라’고 말한다. ‘여기는 그냥 브라더스 앤 시스터스 밖에 없다.’ 그렇게 말한다. 그런 말을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고, 오히려 이걸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불편’이 꼭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예수님을 기쁘게 하는 교회가 성도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 아프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종교개혁을 거론했다. 교회의 본질이 뭔가.
“2000년 전에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을 때 무엇을 보여주셨나. 그건 종교가 아니었다. 하나님의 본질이었다. 예수님은 종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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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종교가 아니다. 그럼 뭔가.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은 자신의 정체성을 밝혔다. 나는 떡이다, 세상의 빛이다, 양의 문이다, 선한 목자다, 부활이요 생명이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포도나무다. 이렇게 일곱 가지를 선언했다. 그 선언을 들여다 보라. 거기에는 종교적인 자기 선언이 없다. 단지 하나님이 어떤 분이라는 걸 말하고 있을 뿐이다.”
사람들은 종교를 통해 예수를 믿지 않나.
“종교성과 영성은 다르다. 2000년 전의 유대교 시스템은 종교성으로 뒤덮여 있었다. 율법주의자인 바리새인들도 그랬다. 종교성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자 했다. 예수님은 달랐다. 종교성이 극대화된 유대교 안에서 오히려 하나님의 본질을 드러내 보이셨다. 그런 본질을 구현하는 공동체를 만드셨다. 그게 바로 교회다. 그리스도교가 종종 본질로부터 벗어나는 이유가 뭔가. 종교성 때문이다. 종교성은 진정한 영성이 될 수 없다.”

조 목사는 “예수는 종교가 아니라 하나님의 정체성이다. 하나님의 속성이다”고 강조했다. “예수님께로 돌아갈 때 우리는 생명을 얻게 된다. 자유를 얻게 된다. 풍성해진다.” 조 목사는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니라고 했다. 교회에 다닌 뒤로, 예수님을 만난 뒤로 오히려 마음의 짐이 더 많아지고, 속박을 더 강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그건 왜 그런가.
“예수님으로부터 떠나 있기 때문이다. 종교는 ‘죄 산업’이다. 모든 종교는 죄를 속해주거나 탕감해주는 조건으로 마일리지를 요구한다. 종교가 포인트나 마일리지, 혹은 크레디트를 쌓을 것을 요구한다. 예수님은 ‘노 마일리지’를 주장하신 분이다. 그러니 종교가 ‘죄 산업’이 되어선 곤란하다. 예수님은 우리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를 지셨다. 우리 대신 값을 다 지불하셨다. 그러니 예수님 이후로는 죄책감이나 죄의식을 빌미로 하는 ‘죄 산업’은 끝이 나야 한다.”
예수님은 “각자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나를 따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 ‘십자가’가 뭔가. 사랑하는 대상이 십자가다. 내가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게 ‘자기 십자가’다. 그런 사랑을 할 때 화학적 반응이 일어난다. 왜 그렇겠나. 그건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사랑이니까. 성령이 와야 할 수 있는 사랑이다. 그런 사랑을 시작할 때 비로소 하나님의 사랑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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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끝에 조 목사는 “교회가 하는 많은 일들은 세상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다. 어찌 보면 교회는 하나님을 아는 데 더 집중하고, 서로 사랑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예수님은 우리를 교회에 다니라고 부르신 게 아니다. 그분과 함께 교회가 되라고 부르신 거다”고 지적했다. 조 목사는 우리가 종교로부터 자유로워지게끔 예수님이 허락하신 게 있다고 했다. “첫째는 건물로서 성전에서 우리를 불러내셨다. 성전은 종교성의 상징이다. 종교성이 강할수록 성전도 크다. 둘째는 제사로부터 우리를 불러내셨다. 구약시대에는 속죄 제사였다. 지금은 예배나 헌금이다. 사마리아 여인이 물었다. ‘어디서 예배를 드려야 진짜 예배입니까?’예수님은 신령 안에서(in spirit), 진리 안에서(in truth) 예배를 드리라고 했다. 그러니 예배는 장소나 헌금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내적인 태도의 문제다.”

그런 태도를 갖는 게 왜 어렵나.
“저도 목회를 하지만 성도들도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갈 생각이 별로 없다. 그냥 예수님의 팬으로 만족하고 싶어한다. 예수님은 좋지만, 진짜 제자가 되는 건 싫어한다. 교회는 후원하지만 십자가를 지고 싶어하진 않는다. 그 정도 선에서 멈추길 바란다. 그러니 성도 수가 늘어나는 게 교회의 부흥이 아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변하는 게 부흥이다. 성도들은 제게 ‘돌직구’ ‘거침없이 하이킥’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저는 성경에 있는 대로만 이야기할 뿐이다. 나머지는 하나님께서 알아서 하실 테니까.”

조 목사는 목회자가 되기 전까지 방송사에서 일했다. “제가 뉴스를 25년간 전했는데 사람들이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왜 그런가. 그건 ‘배드 뉴스(Bad news)’라서 그렇다. 그런데 예수님의 말씀은 ‘굿 뉴스(Good news)’다. 그래서 사람이 살아난다. 사람이 바뀐다.”

요즘도 매주 교회를 찾아오는 새로운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공간이 부족해 앉을 자리가 없다. 조 목사는 “저는 교회를, 건물을 더 키울 생각이 없다. 교회가 커지면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런데 시스템에는 ‘내재적인 폭력성’이 있다. 교회는 시스템이 아니다. 저희 교회에는 사역 구조도 없다. 성도 자신이 교회가 되면 어디서든 예배를 드려도 괜찮다. 본인이 교회가 되면 본인이 예배를 드려야 한다. 그게 안되니까 가서 남의 예배를 보는 것이다.” 마지막 질문에도 그는 여지없이 ‘돌직구’를 날렸다.

글=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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