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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항공기 결항, 부산항 폐쇄…경주선 “한옥 지붕 또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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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북상 중인 제18호 태풍 ‘차바(chaba)’가 4일 자정 무렵 제주도 서귀포 남남서쪽 150㎞ 해상 부근까지 접근했다. 기상청은 이날 태풍이 5일 새벽 제주도 부근을 지나거나 상륙한 뒤 낮에는 전남·경남 남해안을 스치면서 오후에 동해 남부 해상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은 제주의 경우 4일 밤부터 5일 아침까지, 남부지방은 5일 새벽부터 이날 오후까지가 이번 태풍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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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북상하면서 이날 오후 8시 현재 제주공항에서는 중국을 오가는 국제선 항공기 14편과 대구를 출발해 오후 9시40분 제주에 도착 예정이던 국내선 티웨이 9819 항공편이 결항됐다. 또 제주도와 국내외를 잇는 100여 편의 항공편도 지연 운항됐다. 제주도 내 100여 곳의 항·포구에는 2000여 척의 어선이 대피 중이다. 제주도 공무원들은 비상근무에 들어갔고 제주도교육청은 학교장 판단에 따라 등·하교 시간 조정 등 안전대책을 실시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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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상 중인 제18호 태풍 ‘차바’에 대비해 4일 오후 남해 등 인근 해역에서 조업하던 선박들이 부산항에 피항해 있다. ‘차바’는 이날 현재 940헥토파스칼(h㎩), 최대풍속은 시속 169㎞(초속 47m)인 중형급 태풍이다. 기상청은 비와 강한 바람을 동반한 태풍이 오늘(5일) 새벽 제주 지역을 지나 아침과 오후 사이에는 남부지방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농작물과 각종 시설관리에 주의를 당부했다. [부산=송봉근 기자]

부산항만공사도 선박대피협의회를 열고 모든 선박을 4일 오후 7시까지 인근 진해와 고현항 등 안전한 곳으로 피항하도록 하고 부산항을 일시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부산시교육청도 안전을 위해 유치원과 초등·중학교에 임시 휴업조치를 내렸다.

오늘 오후 전남·경남 해안 스칠 듯
제주 200㎜ 남해안 250㎜ 비 예상
초속 47m 강풍, 최대 8m 파도 일 듯
부산·제주, 유치원·초·중교 휴업

태풍이 북상하면서 최근 잇따라 지진 피해를 본 경북 경주 한옥마을 주민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강문주 황남동 1통장은 “황남 1통 70여 채의 한옥 중에 60여 채의 기와 등이 지진으로 제자리에 붙어 있지 않다. 천막으로 덮어두긴 했지만 태풍이 와 바람이 불면 천막이 날아가고 아직 복구가 안 된 기와지붕 사이사이, 실리콘을 발라놓은 균열 간 벽체 사이로 비가 샐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주에는 모두 3019채의 한옥이 있다. 이 가운데 791채가 지진 피해를 보았다. 최병한 경주시 안전재난과장은 “20여 명으로 이뤄진 복구팀을 황남동 한옥마을에 보내 기와를 살피고 보수하고 천막도 필요한 곳에 덮고 있다”며 “진앙 마을 등 다른 피해 마을도 동사무소 직원들이 지진 피해를 본 주택 담장 등을 점검 중”이라고 말했다.

태풍 차바는 중형급 태풍이다. 중심기압은 4일 오후 945헥토파스칼(h㎩)이며 최대풍속은 시속 162㎞(초속 45m)다. 차바는 조금씩 약해지고 있으나 5일 새벽에도 중심기압이 960h㎩ 내외의 강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바는 태국이 태풍 이름으로 제출한 것인데, 꽃의 일종이다.

차바의 진로와 강도가 예상대로 유지될 경우 제주도는 2007년 제11호 태풍 ‘나리’ 때와 비슷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태풍 나리로 인해 당시 제주도 산간에는 500㎜ 안팎의 폭우가 쏟아졌고 고산리에는 순간최대풍속 초속 52.1m의 강풍이 불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 나리 때와는 달리 현재 우리나라 북쪽 상공에 강한 상층 제트기류가 불고 차가운 공기도 위치하고 있다. 태풍 차바는 제주도 부근을 지나면서 급격히 동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부근에 위치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유지될 경우 태풍이 남해안에 상륙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에 따라 5일 오전 서울과 경기북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으로 비가 확대된 뒤 저녁 무렵 대부분 그칠 전망이다.

5일 자정까지 제주도에는 80~200㎜(산간 400㎜ 이상), 남부지방에는 50~150㎜(영남 해안 250㎜ 이상), 충북과 강원 영동 20~60㎜, 경기 남부와 강원 영서, 충남 5~30㎜ 등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의 영향으로 6일까지 제주도 해상과 남해상, 동해상에는 매우 강한 바람과 함께 매우 높은 물결이 일겠다.

특히 5일까지 태풍의 중심이 통과하는 제주도 해상과 남해상, 동해 남부 해상에는 최대 8m 이상의 매우 높은 물결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제주·경주·부산=최충일·김윤호·강승우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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