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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박 대통령 과대평가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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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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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술
JTBC 사회2부
탐사플러스팀장

출근길에 매일 지나치는 곳이 있다. JTBC 사옥이 있는 서울 상암동의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이다. 마침 내년이 탄생 100주년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의 집권 18년을 어떻게 평가해놨는지 궁금했다. 잠시 짬을 내 들어가 봤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새마을운동, 수출 증대’ 같은 치적이 많았다. 찬사와 업적 위주라는 건 아쉬웠다. 아직 논란도 많은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기념관뿐이 아니다. 우정사업본부는 내년에 100주년 우표를 발행한다. 경북 구미시의 생가 주변엔 유품을 보존할 역사 자료관도 짓는다. 보리밥·비름나물 등으로 꾸려진 ‘대통령 테마 밥상’까지 상품화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통령제의 본고장 미국은 어떨까. 로스앤젤레스 동남쪽의 요바린다라는 동네엔 리처드 닉슨(37대) 대통령 기념관이 있다. 몇 년 전 방문했을 때 전용 헬기 ‘아미 원(육군 1호기)’을 전시한 규모에 놀랐고 부친이 심었다는 100년 고목의 보존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워터게이트 갤러리’였다. 감추고 싶은 ‘도청 사건’의 경과와 단죄, 닉슨의 사임 등을 자세히 기록해놨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라고 한다. 당초엔 닉슨을 두둔하는 투였다. 그러나 역사의식을 둘러싼 논쟁 끝에 결국 국립문서보관서가 오점의 역사를 촘촘히 써 넣었다.

누구나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고 싶을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퇴임 연설에서 ‘공’을 주장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완벽한 지도자는 없다. 실패를 줄이고 ‘과’를 최소화하는 지름길은 뭘까. 역시 소통에 있다. 캘리포니아 시미밸리의 로널드 레이건(40대) 대통령 박물관에서 마주했던 ‘위대한 소통자(The Great Communicator)’라는 문구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재정적자와 이란 무기 밀수출 같은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국민 소통에 능했다는 평가 덕에 사랑을 받는다. 러시모어 산에 얼굴 조각상을 새겨 넣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자꾸 미국 얘기만 하자니 머쓱하다. 그들이라고 다 훌륭한 건 아니다. 하지만 닉슨과 레이건 사례는 시사점이 크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TV토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과소평가된 게 많고 제대로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은 게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추석에 열차 홍보물을 뿌리며 ‘위안부 합의, 사드 배치, 노동개혁 추진’ 등을 10대 업적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아직 많은 갈등·논란이 있는 정책들이다. 그렇다면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고 있는 건 아닐까.

바쁜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건 이뿐이 아니다. 결국 해산 운명을 맞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의 측근·실세 개입 의혹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 숱하게 강조했던 ‘골든타임’은 지금 어떤 상황인지도 궁금하다. 아직 골을 만회할 시간은 있다. 모든 국민을 ‘사관’으로 생각하면 공과의 갈림길에서 답이 보일 것이다.

김준술 JTBC 사회2부 탐사플러스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