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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내비게이션] 경영학에 심리학까지 융합…인턴십 활발, 실무형 인재 키운다 ‘호텔관광학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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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관광학과는 실무형 인재를 목표하기 때문에 실습 수업과 인턴십이 활발하다. 지난달 29일 경희대 호텔관관대 학생들이 딜러와 손님 역할을 나눠 카지노 실습을 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관심있는 학과에 대해 소개합니다. 대입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진학을 희망하는 학과에 대한 탐구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학생은 여전히 대학의 명성이나 합격선에 맞춰 학과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열려라 공부’는 진로 탐색을 돕기 위해 학과에서 어떤 공부를 하는지, 관련 진로는 무엇인지 알려 드립니다. 12회는 호텔관광학과입니다.

호텔·외식, 문화관광 두 분야로 전공 나뉘어
해외 현장 실습, 창업 시뮬레이션 수업 진행
관광업계 선배와 멘토·멘티 프로그램도 진행

경제가 발전하고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람이 늘면서 관광산업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관광 후진국에 머물렀던 한국의 위상도 달라졌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11년 979만여 명에서 지난해 1323만여 명까지 늘었다. 4년만에 35%나 급증했다. 관광산업의 성장에 따라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도 꾸준하게 늘고 있다. 호텔관광학과는 호텔·외식·문화·공연과 같은 관광산업 전반에 필요한 인력을 길러내는 곳이다. 호텔관광학과에선 무엇을 배우는지, 졸업 후 어떤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봤다.

고용창출 효과 높고 전망 밝은 관광산업

관광산업은 ‘굴뚝 없는 황금산업’으로 불린다.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관광객은 11억8400만 명에 달했다. 매해 4~5%씩 늘고 있다. 이같은 관광객에 의한 경제적 파급 효과는 1687조8900억원으로 추산된다.

김태희 경희대 호텔관광대 학장은 “한류열풍에서 알 수 있듯이 관광객 한 명을 유치했을 때 경제적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하다. 과거 관광산업은 후진국형 산업으로 인식됐었지만 지금은 콘텐트 하나에 따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이는 대표적인 선진국형 산업으로 발돋음했다”고 말했다.

관광산업은 기계화가 어려운 서비스 산업이다. 그만큼 고용 창출효과가 높다. 유창석 경희대 호텔관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매출 10억원 당 반도체 분야는 평균 2.5명, IT분야는 5명인데 반해 관광산업은 15명 가량의 고용을 창출한다. 선진국들이 앞다퉈 관광산업 육성에 나서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관광 분야는 자동차·전자제품과 같은 제조업과 다른 점이 많다. 일반적인 상품은 재고가 쌓이면 할인 판매 등으로 수익을 보존할 수 있지만, 관광상품은 제때 소비되지 않으면 사라지고 만다. 예를 들어 호텔은 객실이 채워지지 못하면 그대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런 관광상품을 기획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관광산업 전반에 대한 전문 지식은 물론 고객의 성향과 소비패턴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통찰력,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서비스 정신이 필요하다. 많은 대학이 호텔·외식·컨벤션경영학과와 문화관광학과를 개설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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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외식·문화까지 … 관광산업 전문 인력 양성

호텔관광학과의 교육과정은 호텔·외식과 문화관광 등 두 분야로 나뉜다. 호텔·외식경영학은 호텔·외식 분야의 전문 경영인을 육성한다. 문화관광 분야는 지역축제·여행상품과 같은 관광상품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관광 특화 인력을 기른다. 대학에 따라 두 분야가 혼합된 학교도 있고, 학부 내 세부전공이 뚜렷하게 구분된 학교도 있다.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육과정의 기초는 경영학이다. 1학년 때 보통 경제·경영·회계·통계학원론과 관광산업개론을 들으면서 경영·경제 기초 지식을 쌓고 2학년에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호텔·외식산업 전공을 집중적으로 이수한다. 호텔경영론·여가공간계획론·조직행동론·마케팅전략·음료실무론·외식창업투자론·레스토랑경영전략과 같은 전공 심화 과목을 배운다.

이렇게 경영학적인 기초에 호텔·외식산업의 특색이 더해진다. 이충훈 세종대 호텔관광외식경영학부 학부장은 “일반적인 경영학과는 제조업에 기반해 품질관리·마케팅·재무·회계 지식을 배운다면 호텔·외식경영학과는 계절성·소멸성과 같은 관광산업 특징을 고려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경영기법을 배운다”고 밝혔다.

소비자행동론·서비스스케줄링 수업에선 최신 통계 기법을 활용해 관광객의 소비패턴과 성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고영대 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최근엔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적용한 통계 분석 교육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경영학적 지식뿐 아니라 수학·과학적 소양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화관광학과에선 관광산업을 전반적으로 배우는 동시에 심리학·인류학·문화학과의 융합 과목도 이수해야 한다. 관광문화인류학·문화관광콘텐트·문화관광사례연구·공연기획론·관광여가심리학과 같은 과목을 이수하면서 문화관광산업을 깊이 있게 파고든다. 유창석 교수는 “문화관광학은 즐거움의 본질을 찾는 융합적이고 실용적인 학문이다. 대중문화의 트렌드를 좇고 이를 관광상품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획·운영 능력을 기른다”고 말했다.

실무형 인재 육성, 인턴십·실습 강조

관광산업 관련 학과는 대학 졸업 후 현장에 곧바로 적응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목표한다. 호텔·레스토랑을 직접 방문하고 사례 연구를 하는 팀 프로젝트 과제가 많다.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3학년 박세환씨는 호텔경영론 수업을 예로 들었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국내 특급호텔 세 곳을 방문해 실무자를 인터뷰하면서 각 호텔의 서비스를 분석하고 개선점을 찾는 팀 과제를 진행했다. 박씨는 “이렇게 이론을 현장에 적용해 분석하는 프로젝트 과제가 많다. 학부에서부터 산업 현장을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설명했다.

창업을 돕는 실무형 교육도 강점이다. 프랜차이즈경영론·레스토랑창업경영론이 대표적이다. 메뉴 개발부터 전·월세 비용과 직원 고용에 따른 경영계획까지 학생들이 직접 발로 뛰는 팀 프로젝트 수업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현재 조달 가능한 사업 자금을 계획하고 그에 맞게 실현 가능한 아이템을 구체화한다. 경희대 조리서비스경영학과 4학년 노미현씨는 “목표 지역의 부동산을 돌면서 실제 창업 가능한 가게의 밑그림을 그리고 주·월별 매출 흐름까지 시뮬레이션해본다. 이런 경험을 살려 자기 가게를 차리는 선배들이 많다”고 밝혔다.

이론 수업에선 사례를 연구하고 실습 수업에서는 실무 능력을 기른다. 특히 카지노·컨벤션·와인·조리실습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카지노 수업에선 룰렛·바카라·블랙잭 게임의 룰을 익히고 정식 딜러처럼 게임을 운영해본다. 와인 수업은 세계 여러 나라의 와인의 역사를 배우면서 와인을 음미하는 방법부터 고객을 접대하는 방법까지 레스토랑 상황을 그대로 연출한다. 학생들은 카지노·레스토랑 직원이 착용하는 정복을 입고 직원·손님 역할을 나눠 실습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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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호텔관광대 학생들의 조리실습 장면.

실무형 교육은 인턴십을 통해 깊이를 더한다. 김세훈 숙명여대 문화관광학부 학부장은 “관광산업은 무엇보다 서비스 정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장을 이해하고 경험해보는 일이 중요하다. 때문에 인턴십은 필수다”고 강조했다. 숙명여대 LCB외식경영전공은 780시간의 인턴십을 졸업 규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경희대는 190여개의 관광산업 업계와 업무협약을 맺고 학생들을 파견한다. 경희대 컨벤션경영학과 3학년 박혜리씨는 “학교에서 연결해주는 인턴십 외에도 동문선배들이 학과 페이스북에 인턴십 정보를 많이 올려준다. 동문선배 소개로 해외 호텔·레스토랑으로 인턴십을 가는 학생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해외 인턴십도 활발하다. 경희대·세종대는 매해 10명 안팎의 학생들을 미국 올랜도에 위치한 디즈니월드에 6개월 동안 파견한다. 하루는 미국 현지 대학에서 호텔·외식경영 수업을 듣고 4일은 디즈니월드에서 인턴십을 한다. 세종대 호텔경영학과 4학년 이원주씨는 올해 1월부터 6개월 동안 디즈니월드 내 호텔에서 고객 서비스를 전담하는 컨시어지(concierge) 인턴십을 했다. 이씨는 “허드렛일만 하는 인턴십이 아니라 고객 불만 접수와 해결까지 직접 했다. 컨시어지의 실제 업무를 경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떠올렸다. 이외에도 경희대는 방학마다 한달 동안 미국·뉴질랜드·캐나다·말레이시아의 대학과 현지 업체를 견학하는 전공연수 프로그램을, 세종대는 미국 괌·사이판에 있는 호텔에서 1년 동안 인턴십을 할 수 있는 해외호텔인턴십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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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선배 초청 특강, 학생회·학회 활동도 활발

학교는 관광업계 CEO와 동문선배 초청 특강으로 학생들의 산업 현장 이해를 돕는다. 세종대 호텔관광대는 동문 선배와 재학생을 잇는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정규 과목으로 운영한다. 호텔·외식기업·웨딩·여행사·창업 각 분야별로 동문선배 한 명 당 재학생 4~5명을 한 팀으로 묶어 한 학기 동안 운영한다. 학생들은 동문 선배에게 현장 경험을 전수받으면서 객실판촉·프로모션마케팅·스몰웨딩 등에 대한 사례 연구를 진행한다.

학생들의 학회·동아리 활동도 활발한 편이다. 한 학년에 80여명인 숙명여대 문화관광학부엔 숙명MICE·지역문화·공공예술경영·식문화연구·체험경제·공모전대비·관광연구 등 7개 학회가 활동하고 있다. 학생들은 각 학회에 자유롭게 가입해 관심 분야를 더 깊이 있게 공부한다.

경희대는 학생들이 주도해 여는 축제가 많다. 조리서비스경영학과 학생회는 매해 5월에 푸드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컨벤션 학회는 코엑스·킨텍스 견학과 지역 관광을 연결한 1박2일 견학 코스를 학생 주도로 진행한다. 소물리에 학회는 와인바를, 관광 학회는 카지노 체험을 여는 등 자치활동이 활발하다. 재학생들이 사장·바리스타·서빙·주방 담당을 나눠 학생 자치로 운영하는 까페인 ‘늘품’ 까페도 명물이다. 식재료 구매부터 판매까지 까페 운영의 전 과정을 재학생이 책임진다. 지난해 1학기 동안 늘품의 사장을 맡았던 경희대 4학년 고정인(외식경영학과)씨는 “호텔관광대는 이렇게 수업에서 배운 이론을 학생 주도로 적용해볼 수 있는 자치활동이 많다. 공부만 파는 학구파보다는 여러 활동을 즐길줄 아는 적극적이고 활달한 친구들이 학교에도 잘 적응한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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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후 진로
호텔업·마이스 산업 등 선택의 폭 넓어
창업 활발, 호텔 M&A 전문가로도 활동

관광산업은 전통적인 의미의 관광업부터 숙박·식음료·외식산업과 유통업, 국제회의·전시회 산업을 뜻하는 마이스(MICE) 산업까지 관련 분야의 폭이 넓다. 그만큼 호텔관광학과 졸업생의 진출 분야도 다양하다. 대표적인 분야는 호텔·리조트·외식기업이다. 세종대 호텔관광외식경영학부를 졸업하고 국내 한 특급호텔에서 객실판촉 지배인으로 근무 중인 이은아(23)씨는 “호텔 업무는 결국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서비스 정신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 업계에서는 관련 현장 인턴십 경험이 풍부한 호텔관광학과 출신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경희대 호텔관광대의 올해 8월 졸업생의 경우 취업 현황 조사를 마친 73명(총 졸업자는 143명) 중 30명이 호텔·조리·외식 분야로 진출했다. 김태희 경희대 호텔관광대 학장은 “매해 졸업생의 30~50%는 호텔·외식기업으로 진출한다”고 밝혔다. 외식·조리서비스 분야를 세부전공으로 이수한 학생 사이에선 창업도 활발하다. 이충훈 세종대 호텔관광외식경영학부 학부장은 “정규 수업에도 창업을 돕는 훈련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 졸업 직후 까페 창업 등으로 자기 사업을 일찍 시작하는 학생도 많다”고 전했다.

여행사·항공업 분야도 진출이 활발하다. 대중문화 트렌드에 밝고 문화관광과 숙박·외식 코스를 연결해 관광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호텔관광학과 출신은 여행업계에서 능력 있는 인재로 통한다. 관광객의 성향과 소비패턴을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은 여행업계가 요구하는 인재상에 부합한다. 이 학부장은 “관광상품은 제조업 상품과 성격이 달라 재고를 쌓을 수 없다. 수요·공급을 정확하게 추산해내 관광상품의 실효성을 객관적으로 따지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능력을 살려 문화체육관광부·관광공사에서 관광산업 정책 전문가로 활동하거나 시·구청에서 지역 특색을 살린 축제와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공직에 진출할 수도 있다.

호텔관광학과에서 중요하게 가르치는 소비자 행동 분석과 여가공간 설계 능력은 백화점·쇼핑몰·면세점과 같은 유통업계에서도 환영받는다. 최근 유통업계의 화두는 복합문화공간으로의 진화다. 단지 쇼핑에만 머무르지 않고 공연·레스토랑·테마파크가 결합한 복합쇼핑몰이 각광받고 있다. 다양한 문화체험과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이 얼마나 오래, 즐겁게 머무르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은아씨는 “유통업계로 진출하면 기획상품전과 같은 MD(Merchandising) 업무를 많이 맡는다”고 소개했다.

석·박사 과정을 거쳐 금융업계에서 호텔 분야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활동하기도 한다. 국내 한 대형 자산운영사의 해외대체투자팀에 근무 중인 장민석(32)씨는 “호텔·리조트 분야는 경기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고 계절적 요인에 따른 수익 예상이 힘들어 부동산 중에서도 위험도가 높은 자산으로 분류된다. 호텔경영학에서 자산관리 분야를 더 깊이 있게 공부하면 호텔·리조트 투자 전문가로도 활동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카지노·컨벤션 분야도 전망이 밝은 편이다. 김 학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중국 마카오와 같은 카지노·쇼핑몰·호텔·공연·컨벤션이 결합한 복합리조트가 국내에서도 한창 개발이 진행중이다. 복합리조트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호텔관광학과 출신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는 한층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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