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 용어] 비스포크(Bespoke)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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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틴틴 여러분이 사용하는 물건들은 대부분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제품이에요. 공산품을 대량생산하기 시작한 건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같은 디자인과 규격에 맞춰 물건을 만들면 처음에 투자하는 돈을 쓰고 나면 추가 생산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요.

양복·구두·시계·자동차…
고객 원하는대로 맞춤 생산
‘하나뿐인’ 최고가 명품들

하지만 좀 더 비싸더라도 남들과 다른 물건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생기겠죠? 요즘에는 저마다 다른 취향을 모두 반영해 ‘나만의 물건’을 만들어주는 서비스가 생겨났습니다. 이런 개인 맞춤형 생산을 ‘비스포크(Bespoke)’라고 불러요. 원래 맞춤 정장에 사용되는 용어였지만 지금은 영역이 넓어지는 추세지요. 어원에 대해선 여러 가지 주장이 있지만 ‘비스피크(Bespeak)’라는 영어의 동사에서 왔다는 설이 일반적이에요. ‘시사하다’, ‘보여주다’라는 뜻이지만, ‘말하는 대로’라는 의미를 갖기도 합니다. 1583년에 발간된 영국 옥스포드 사전에 처음 등장했는데요. 물건을 만들기 전에 의뢰하거나 주문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그렇다면 요즘 비스포크로 제작되는 물건은 어떤 게 있을까요. 대부분 ‘하이엔드(High-end)’라 불리는 최고급 명품들입니다. 전통적인 비스포크 제품은 지금도 맞춤정장이나 구두 같은 패션 관련 제품들이 많습니다. 물론 가격은 공장에서 만드는 최고급 기성복보다 최소한 서너 배 비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표적인 비스포크 제품에는 고급시계도 있습니다.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은 이미 휴대전화로도 충분하지요. 태엽장치로 시간을 알려주는 기계식 시계는 이제 생필품이라기보다 사치품에 가까워졌습니다. 스위스산 최고급 시계인 파텍필립과 오데마 피게 같은 명품 시계들은 장식부터 가죽줄, 소재에 이르기까지 고객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주는 ‘비스포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롤스로이스·벤틀리 같은 최고급 자동차도 비스포크 서비스에 집중합니다. 시트의 가죽재질이나 색깔, 바닥에 깔리는 매트, 내장재의 소재에 이르기까지 선택 가능한 수천 가지의 품목을 직접 고를 수 있습니다. 안경테나 오디오에서도 고객의 취향에 따라 ‘세상에 하나뿐인’ 비스포크 제품을 만들어줍니다. 물론 가격은 상상하는 그 이상입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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