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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에어쇼에 뉴질랜드 항공기 등장…어떻게 경제제재를 뚫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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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에어로스페이스의 P-750 홍보 브로셔. [사진 퍼시픽 에어로스페이스]

지난달 24~25일 북한 원산 갈마 공항에서 열린 ‘원산 국제친선 항공축전(원산 에어쇼)’에 뉴질랜드 제작 소형 항공기가 인공기를 달고 등장했다.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어떻게 뉴질랜드 항공기를 입수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항공 전문매체인 ‘에이비에이션 위크(Aviation Week)’에 따르면 북한은 원산 에어쇼에서 꼬리날개에 인공기가 그려진 P-750 XSTOL을 공개했다. 이 항공기는 뉴질랜드의 퍼시픽 에어로스페이스(Pacific Aerospace) 제품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북한 보유 항공기는 아니었다.

P-750은 길이 11.84m, 너비 12.8m, 높이 4.04m의 소형 항공기다. 순항속도 시속 300㎞이며 순항거리는 2000㎞다. 좌석이 10석이다. 1.8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는 화물칸이 따로 있다.

32m 거리 활주로에서 이륙이 가능하고, 50m 거리 활주로에서 착륙이 가능한 단거리 이착륙기(STOL)이다. 주로 스카이 다이빙이나 농약 살포용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군용으로도 쓸 수 있다. 특히 특수부대 침투용으로 괜찮은 성능을 갖고 있다. 북한은 특수부대 침투용으로 An-2를 보유하고 있으나 기종이 매우 낡아 사고가 잦다.

퍼시픽 에어로스페이스의 대미언 캠프는 뉴질랜드 언론 ‘뉴스톡 ZB’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도 사진을 보고 놀랐다”며 “왜 원산 에어쇼에 우리 항공기가 등장했는지 현 단계에서는 아는 게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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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특수부대 침투용으로 보유하고 있는 An-2. [사진 위키피디어]

그러면서 “이 항공기 한 대가 몇달 전 중국 회사에 팔렸다”며 “북한의 관용이나 군용을 위한 거래는 아니라고 믿는다. 우리 항공기를 산 중국 회사가 홍보용으로 전시한 것으로 짐작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건에 대해 좀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지만 지금 단계에선 크게 염려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현재 중국이 국경절 연휴이기 때문에 관련 정보를 얻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올해 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북한과의 대량살상 무기, 사치품 등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P-750이 대북제재의 ‘구멍’을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라고 3일(이하 현지시간) 지적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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