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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의원 "서울 지진대피소, 유동인구 2%만 수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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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전 대전 서구 선암초등학교에서 열린 지진대피훈련에서 4학년 참가학생들이 가방을 머리에 올리고 급히 책상 아래로 숨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진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인구가 밀집한 서울의 지진대피소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 있는 지진대피소는 전체 유동인구의 2%만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경기 군포갑)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정한 지진대피소는 모두 538곳, 이곳의 수용인원은 64만4천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 전체 주민등록인구(980만4000명)의 7%, 서울 유동인구(3424만9000명)의 2%만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특히 대학, 기업, 대형상권 등이 몰려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도심 지역에는 지진대피소가 더 많이 있어야 하지만, 이마저 유동인구의 1∼2%도 채 수용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자치구 별로 보면 오피스 빌딩이 몰려 있는 중구, 종로구, 강남구의 유동인구는 각각 178만7000명, 132만4000명, 410만5000명 수준이다. 그러나 지진대피소 수용인원은 1만7000명(11곳), 2000명(2곳), 5만명(28곳)으로 1.0%, 0.2%, 1.2% 수준에 불과하다.

유동인구 대비 지진대피소 수용률은 도봉구가 10%로 가장 높고, 마포ㆍ강북ㆍ금천구(4%), 서초ㆍ성동ㆍ노원구(3%) 등 순이다. 그 밖의 자치구들은 이 비율이 0∼3%에 머물렀다.

서울시 ‘지진재난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을 보면 지진재난 경보 발령 시 주민을 지정된 대피장소로 유도하도록 하고 있는데, 정작 대피 장소가 부족한 실정이다.

현행 지진화산재해대책법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청사, 50층 이상 공공건물, 댐, 사장교 등 주요 시설물에 지진가속도계측기를 설치하고 지진 활동 등을 관측해야 한다. 하지만 지진가속도계측기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고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종로ㆍ용산ㆍ광진ㆍ동대문ㆍ중랑ㆍ성북ㆍ강북ㆍ노원ㆍ서대문ㆍ강서ㆍ구로ㆍ동작ㆍ서초ㆍ송파ㆍ강동 등 15개 구가 이를 설치하지 않았다.

지진 발생 시 재난 상황에 대응할 지역 재난안전대책본부가 꾸려질 청사에 내진 설계가 이뤄지지 않은 구는 종로ㆍ광진ㆍ은평ㆍ강서ㆍ구로ㆍ영등포ㆍ동작ㆍ강남ㆍ강동ㆍ중구 등 10곳이다.

김정우 의원은 “지난달 경주 지진으로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지만, 서울시가 갖춘 지진재난 대비 실태는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법에 정한 시설을 철저히 설치하고, 실전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과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진가속도계측기가 설치되지 않은 자치구 청사 15곳과 사장교 2곳은 내년 예산을 우선 편성해 설치하기로 했다. 또 내진설계 기준이 도입되기 전에 지어진 구청사 등 건물도 내년까지 내진보강을 추진한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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