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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걸 “건국일 무리하게 규정하지 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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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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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건국설’이든 ‘1948년 건국설’이든 건국일을 현재의 시점에서 어느 하나로 무리하게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역사와 역사교육’가을호에 기고
“지극히 정치적인 문제 정답 없어
미뤄두는 게 가장 지혜로운 선택”

대한민국 건국절 제정을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역사학계 일부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지수걸(사진)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내놓은 제안이 눈길을 끈다. 지 교수는 “건국절 제정을 찬성하는 측이건 반대하는 측이건 정통론 혹은 색깔론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해묵은 정통론 논쟁을 접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주도한 이들의 고민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여당이 주장하는 ‘1948년 건국설’은 대한민국 정통론을, 야당이 내세우는 ‘1919년 건국설은’ 상해임시정부 정통론(법통론)에 기반 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지 교수는 이런 정통론에 대한 근원적이고 교육적인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지 교수는 역사교육 관련 반년간 잡지 ‘역사와 역사교육’(2016년 가을호 )에 ‘역사논쟁은 배틀(battle)이 아니다’라는 글을 게재했고, 같은 제목의 글을 전국역사교사모임 게시판에도 올렸다.

지 교수가 볼 때, 건국 문제에 관한 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초기 때도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건국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 ‘온전한 정부’가 아니라는 인식이 정부수립 주체들에게도 있었다는 얘기다. 제헌국회에 북한을 염두에 두고 100개 의석을 비워뒀다든가, 제헌헌법에 영토 규정을 한반도 전체로 해놓았다거나, 4대 국경일 제정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키면서도 건국이란 표현을 쓰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지 교수는 “1948년 정부수립 주체들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우리 국가의 미래를 생각할 때 건국일 문제는 미뤄두는 게 지혜로운 선택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나라마다 건국기념일이 획일적이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건국절 논쟁은 사실이나 진실 문제가 아니라 지극히 정치적인 문제인 까닭에 정답이 있을 리도 만무하다”며 “갈등의 골만 더 깊게 하는 과거회귀적 건국절 논쟁을 이제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논쟁으로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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