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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최강의 패를 쥔 도박사처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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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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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강전 1국> ●·커 제 9단 ○·강동윤 9단

8보(82~92)=강동윤의 의도는 분명하다. 82로 마주 끊어 상변에서 분란을 일으키고 있으나 진짜 노림은 중앙에 떠있는 흑 일단에 맞춰져 있다. 83으로 몰 때 84로 한걸음 움직여두고 재차 85로 밀어올 때 86으로 손을 돌린다. 87은 정수. 86을 외면해 퇴로를 차단당했다가는 승부도 급전직하한다.

강동윤의 양동작전에 커제가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빠르게 나오던 손이 느려진 것은 침착하다거나 신중하다기보다는 그만큼 형세가 만만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는 걸 의식했다는 방증이다. 88의 단수에 89의 연결은 절대. 앞서 84로 한걸음 나가둔 이유는, 이렇게 끊어 차단하고 90으로 빠져나가는 이 한 호흡의 여유 때문이다. 91로 뛰어 백이 곤란하지 않을까. 그런 검토진의 우려에 아랑곳하지 않고 92로 붙여간다. 누구의 수읽기가 최선의 결과와 맞닿아있나.

이 장면에서 커제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둘이다. 흑A로 정면 돌파하는 길과 흑B로 백 한 점을 잡고 타협하는 길. 커제의 손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그만큼 92의 베팅이 강력했다. 선택의 기로에서 최강의 패를 움켜쥔 도박사처럼 자신만만하게 붙여간 타이밍이 절묘했다. 정작, ‘참고도’의 진행을 예상한 검토실의 분위기는 잔뜩 흐려지고 있는데….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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