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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북한 주민에 “남으로 오라”고 한 박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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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박근혜 대통령이 1일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북한 주민과 군인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남으로 오라”고 외쳤다. “(북한 주민) 여러분들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직설적 화법을 놓고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북한 주민의 인권 회복을 염원하는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의 여론을 정면으로 전달한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야당은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상적인 국가라면 북한 주민의 인권 회복에 노력할 의무가 있다. 평양 정권의 학정을 견디지 못해 살 길을 찾는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가 있다”고 외치는 건 대통령으로서 할 말을 한 것이다.

북한 주민과 관련된 진짜 문제는 우리 내부에 있다. 그동안 정부는 탈북자들이 하나원을 마치면 소액의 정착금을 쥐어주고 “알아서 살라”고 떠미는 게 전부였다. 야당 내엔 탈북자를 ‘배신자’로 여기는 기류마저 있다. 이러니 탈북자들이 한국 대신 미국·유럽 등 제3국에 가려고 몸부림치는 것 아닌가. 정부와 정치권은 탈북자들부터 “인간적 존엄을 존중받고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박 대통령은 또 “지금 우리 내부의 분열과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북한이 원하는 핵 도발보다 더 무서운 것”이라고 말했다. 말 자체는 옳은 얘기다. 하지만 ‘내부의 분열과 혼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하다. 북핵 등 안보 현안을 놓고 국론이 분열되면 안 된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싶다. 혹여 청와대나 정부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까지 ‘분열과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로 몰려는 의도가 아니기를 바란다. 우리는 과거 독재정권들이 비리·실정을 비판하면 “북한을 돕는 분열책동”으로 낙인 찍고 탄압했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지금 북핵은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다. 대통령이 그 위험성을 강조하고 단합을 주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민주주의 프로세스는 더욱 존중돼야 한다. 북핵을 핑계로 정당한 문제제기를 가로막는다면 국론분열만 심화될 뿐이다. 북한의 도발보다 더 무서운 것은 민주주의의 후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