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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의혹 해소 안 된 채 해산하는 미르·K스포츠 재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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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을 해산하고 750억원 규모의 새로운 문화체육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재단 운영 상황을 자체 진단한 결과 양 재단의 사업에 겹친 부분이 많고, 조직 구조와 비용 측면에서 각종 비효율이 나타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설 재단의 이사진을 공신력 있는 기관과 단체에서 추천받고, 운영 투명성과 전문성도 강화하기로 했다.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전경련이 밝힌 해산 사유는 두 재단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의혹의 본질과 별 관련이 없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각각 486억원과 288억원의 기업 출연금을 모아 출범했다. 야권은 미르재단 출범 과정에 청와대가 관여했고, K스포츠 운영에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누가, 왜 만들었느냐가 두 재단을 둘러싼 의혹의 핵심이다. 이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안 된 채로 자잘한 운영상의 문제를 들어 재단을 없앤다고 의혹이 사라질지 의문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경제단체의 맏형이라는 전경련의 위상과 신뢰는 큰 상처를 입었다. 미르·K스포츠 재단은 각각 한식 세계화와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 사업 등을 목적으로 한다. 다른 재단이 이미 하고 있는 일과 겹친다. 청와대 개입 없이 스스로 만들었다고 해도 전경련이 할 일은 아니다. 안 그래도 전경련은 어버이연합 후원 의혹과 같은 정치적 사안들로 외풍과 비판을 자초하고 있는 중이다.

이미 시민단체가 미르·K스포츠 재단의 출범 의혹에 대해 검찰에 고발했다. 야당들도 국정조사와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과연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지, 아니면 청와대가 스스로 각종 의혹을 말끔히 해명할지 지켜볼 일이다.

전경련도 이번 기회에 정경유착의 창구라는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재계 이익 수호와 기업 환경 개선이라는 본업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은 성장률 하락과 수출 절벽으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런 마당에 전경련이 기업들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부담이 되면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