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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꽃』은 『남자의 계절』재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방영 2주째를 넘긴 MBC -TV 의 수목드라머『겨울꽃』 이희우극본·박철연출)은 소설로 치자면 어디선가 많이 읽어본 듯한 대중소설이다. 소재나 주제 또는 문체(드라머에서는 연출에 해당)도 낯이 익지만 특히 주인공들은 아주 친숙한 사람들이다. 『겨울꽃』은바로 6월말 인기리에 막을 내렸던 주말극 『남자의계절』(이희우극본·박철연출)의변주곡에 다름아니다. 결론적으로 MBC는 『남자의계절』의 성공을 안겨다준 이희우·박철콤비에게『겨울꽃』을 「의도적」으로 주문함으로써 안전함을 확보함과 동시에 신선함을 놓쳤다.
『겨울꽃』은 『남자의계절』처럼「남성상위의 부부와 여성상위의 부부를 묘사하면서 바람직한 부부상을 정립한다」는 연출의도상의 동일성에서 출발하면서 연기자들의 얼굴만 바꾸었을뿐 인물의 성격까지도 그대로 옮겨놓았다. 심지어 주인공들의 이름까지(『남자의 계절』의 주인공은 준태와 미란이며, 『겨울꽃』의 주인공은 준수와 미경) 흡사하다.
『겨울꽃』의 여주인공 미경(이혜숙)은 『남자의 계절』의 미란(최명길)처럼 콧대가 세고 이지적이며 직장여성이고, 남자주인공 준수(임채무)는 준태(이덕화)처럼 패기만만하고 저돌적이다. 또 미경의 언니 미숙(김청)은 장여사(김수미)처럼 남편을 쥐고 흔드는 왈가닥이고, 미숙의남편 성민(송기윤)은 강여사의 남편 박선생(전운)처럼 공처가이며 이따금 우스꽝스런 바보흉내를 낸다.
한사장(이영후)은 송영감(김무생)처럼 불같은 성격이며, 김영감(정진)은 중한(변희봉)처럼 사려가깊다.
또 미혜(김영란)와 준수의 형수(김용선)는 수라(오미연)의 성격을 반반씩 나눠가졌고…
『남자의계절』의 인기가 스토리보다는 주인공들의 코믹한 개성과 이들간에 벌어진 우스꽝스런 해프닝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간파한 제작진들은 동일한 인기전략을 사건전개만 다른『겨울꽃』에 십분 발휘하고있다. 뿐만아니라 『겨울꽃』은 「야망」이라는 명분아래 준수의 출세지향적 권모술수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그릇된 사회윤리를 조장할 우려가있고 의사인 차박사가 매일같이 카페나 출입하는등 비현실적인 장면들을 남발, 『남자의 계절』이상가는 재미만을 위한 대중영상을 그려 내고있다. <기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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