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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군의 '조용한' 대전환('大轉變'): 그 내용과 의미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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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중국은 금년 북한의 핵/미사일 이슈, 한국의 사드(THAAD) 배치 결정, 그리고 남중국해 분쟁 등 다양한 대외 안보환경의 악화를 겪으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유례가 없는 대규모 군 개혁을 실시하고 있다.

 군 개혁의 지상 목표는 “현대화, 정보화, 합동화된 전역(campaign)급 전투력을 갖춘 군”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현재 중국인민해방군은 군 구조(지휘 계통 및 부대 단위), 군종 및 병종, 대군구/전구(戰區), 전문 군사 교육(PME) 및 훈련, 국방 예산 및 획득 과정, 군 감찰 및 감사 등 군의 전 분야에 걸친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화, 정보화, 합동화된 전역(campaign)급 전투력으로 개혁

현재 진행중인 군 개혁이 처음 언급된 것은 2013년 11월에 개최된 당 18기 3중전(中全)이었다. 동 회의에서는 군의 규모와 구조의 최적화, 군종(service) 및 병종(branch) 간의 균형, 비(非)전투요원 및 부대의 축소 등이 결정되었으나 동 결정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진행 상황은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5년 9월 3일 전승절 열병식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30만 명 감군을 발표한 후에야 군 개혁의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알려졌는데, 이후 중국은 군 개혁의 내용을 간헐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중국군 21세기 새로운 안보환경에 대비하는 실험
기존의 7개 대군구 5개 전구로 전환
각 군종과 병종의 조정, 중앙군사위원회 확대 개편
총참모장 연합참모장으로 명칭 변경

첫째, 중국군은 2015년 11월 기존의 7개 대군구(MR)를 5개 전구(戰區, theater command)로 전환한다고 발표했고, 이는 군종간 합동성(‘聯合性’, jointness)을 제고하기 위한 조처라고 밝혔다.

동 조치는 육·해·공군 간의 합동성 외, 기동성을 제고하고 보다 큰 규모의 전장(戰場)을 상정할 것인데 전장이 확대된 것은 보다 대규모의 전쟁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단, 합동성 제고라는 목표에도 불구하고 각 전구별 2명의 지휘관(사령원과 정치위원), 총 10명은 모두 육군 장성이 보임되었다.

둘째, 각 군종과 병종의 조정이다. 중국군은 2015년 말까지 ‘3개 군종, 1개 (특수) 병종’ 체제를 유지했는데, 육·해·공군과 제2포병(第2砲兵)을 의미한다. 금년도부터는 ‘’4개 군종, 1개 (특수) 병종‘ 체제를 운용하고 있는데, 육·해·공군, 로켓군(火箭軍) 그리고 특수 병종인 전략지원부대를 의미한다.

로켓군은 제2포병의 후신으로 명칭만 바뀐 것으로 알려져 있고, 중국의 전략/재래식 미사일을 관리한다. 전략지원부대는 신설 조직으로서 중국군의 우주, 사이버, 통신, 전자 등 영역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총참모부의 3부와 4부가 맡았던 업무를 흡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1950년대 중반부터 운영되어온 ‘4총부’ 체제(총참모부, 총정치부, 총후근부, 총장비부[1998년 4월 신설])가 폐지되고, 4총부의 기능이 중앙군사위원회(이하 ‘중앙군위’)로 흡수되었다.

이는 군 지휘체계의 큰 변화로서 중앙군위의 권한과 업무 영역이 확대되었을 뿐만 아니라 예하 단위에 대한 장악력이 증가하였고, 지휘체계가 단순화되었다. 이로써 군령(軍令)은 중앙군위→각 전구→예하 부대로, 군정(軍政)은 중앙군위→각 군종→예하 부대의 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넷째, 금년 초에는 중앙군위의 새로운 기능 부서가 공개되었는데, “7부(部), 3위(委員會), 5실(室)”로 총 15개의 부서가 신설됐다. 대부분의 기능은  폐지된 4총부에서 가져온 것이나 정법(中央軍委 政法委員會), 기율(中央軍委 紀律檢査委員會), 회계 감사(中央軍委 審計署) 기능은 군내 기율 및 부패 척결의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과거 총참모장은 연합참모장으로 명칭이 바뀌었는데, 동 부서의 견장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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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군위 연합참모부 견장 [사진 김태호]

대군구가 전구로 바뀐 것은 30년(즉, 1985년 이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4총부가 폐지된 것은 60년(1950년대 중반 이후)만에 처음이다. 그리고 육·해·공군 사령부를 설치한 것은 창군(1927년 창군)이래 처음이다. 이런 대규모 실험(experiment)이 성공할지의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분명한 사실은 중국군이 21세기 새로운 안보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부전구 관할지역에  한반도 포함
다양한 전략 자산 전개,  해공군력 집중도 높아

26군 한반도 주(主) 임무로 상정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중국군이 5개 전구 체제로 바뀌었기 때문에 대만은 동부전구 그리고 아세안 국가와 남중국해 분쟁당사국들은 남부전구의 전력 배비에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가 신설된 북부전구를 분석하는 일은 당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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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5개 전구와 북부전구 4개 집단군 [그림 김태호]

중국측은 북부전구의 관할지역(AOR)에는 몽골, 러시아 그리고 한반도에 대한 대비가 포함된다고 밝히고 있다. 위의 그림에 나타난 바와 같이 북부전구의 관할지역은 과거 선양(瀋陽)군구에 비해 크게 확대되었는데, 네이멍구를 포함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구 지난(濟南)군구에 속해있던 26군이 중부전구나 동부전구가 아닌 북부전구에 속해 있는데, 매우 특이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우선, 타 전구와는 달리 관할지역이 분리되어 있다. 또한, 26군이 속한 지형은 몽골이나 러시아가 아닌 한반도만을 주(主) 임무로 상정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지리적으로 산둥(山東)반도는 서해에 인접하고 있고 한반도와 가까운 지역(약 360km)이다. 같은 이유로 중국은 동 지역에 레이더, 미사일, 통신감청 기지 그리고 육군 항공여단 등 다양한 전략 자산을 전개하고 있다. 해안이 없는 서부전구와는 달리 각 전구는 3군 합동화를 추진하는데, 산둥반도를 포함하는 북부전구의 경우 해공군력의 집중도가 높은 편이다

동아시아 안보 환경은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될 것
중국의 실력행사는 가능해지고 미국의 재균형 전략 효과는 상쇄

단기적으로 중국군 개혁이 주변국에 미치는 군사적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군 개혁의 목표 연도(‘초기목표연도’)가 2020년이고, 규모는 크나 내부지향적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감군, 조직 정비 및 대군구/전구 조정이 대표적인 예이다.

다만, 중장기적(2020년대 중반)으로 중국군 개혁이 어느 정도 성공할 경우, 동아시아 안보 환경은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과 영토·영해 분쟁을 겪고 있는 국가 및 지역에 대한 중국의 공세적·강압적 행태를 예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군사적 옵션의 확대는 중국의 주권 주장 및 실력 행사를 가능케 하고 미국의 우위(dominance) 영역의 축소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중국의 군사적 부상이 지속될 경우 미국의 재균형 전략의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 더욱이, 분쟁 지역 및 당사국의 ‘내·외적 균형’ 노력이 증가하면서 역내 군사화가 진행될 것이며, 한반도의 경우 그 영향이 보다 첨예하게 나타나게 될 것이다. 북한의 지속적인 군사적 도발에 대한 중국의 고의적 외면과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언론전은 우리에게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다.

이제 ‘북한이라는 현재적 위협과 주변국이라는 미래 안보 환경’의 사고 방식을 다시 점검할 시점이 되었다. 안보 환경의 변화는 시계열적이 아닌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의 중국 전략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 중국군 개혁의 내용과 추이에 대한 정보 수집 및 강화 그리고 우리의 중장기 사업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 및 추진이 필요하다.

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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