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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 정두영 대전교도소 탈옥하다 발각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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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울산 일대에서 연쇄 강도살인 행각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 정씨가 조사를 받기위해 경찰서로 호송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대전교도소에서 복역중인 연쇄살인범 정두영(47)이 탈옥을 시도하다 붙잡힌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8일 법무부와 대전교도소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달 8일 오전 7시쯤 교도소 작업장에서 몰래 만든 4m가량의 사다리를 이용, 삼중 구조로 된 교도소 담을 넘다가 발각됐다. 그는 4~5m 간격으로 된 담 3개 가운데 2개를 넘었고 마지막 담을 넘다가 붙잡혔다.

조사 결과 정씨는 철조망으로 된 첫 번째 담은 사다리와 모포, 감지센서가 설치된 두 번째 담은 사다리를 이용해 넘었다. 하지만 두 번째 담장에 설치된 감지센서가 울리면서 탈옥사실이 전달됐고 출동한 교도소 직원들이 세 번째 담 앞에서 그를 붙잡았다. 탈옥에서 검거까지 걸린 시간은 8분가량이다.

조사 결과 정씨는 자동차 업체 납품용 전선을 만드는 공장(작업실)에서 몰래 사다리를 제작했다. 교도관들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만들던 사다리를 재료 틈에 섞는 치밀함도 보였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공장으로 이동한 그는 감시가 소홀한 틈을 이용해 몰래 빠져나왔다. 그가 탈옥에 사용한 사다리는 플라스틱 재료로 만들어졌다.

법무부는 대전교도소에 감찰직원을 보내 정씨의 탈옥 경위와 사다리 제작과정, 교도소의 관리·감독에 문제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 중이다. 정씨는 1999년 6월부터 2000년 4월까지 철강회사 회장 부부 등 9명을 살해하고 10명에게 중·경상을 입히는 등 24건의 강도·살인 행각을 벌인 혐의로 기소돼 2000년 12월 부산고법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상고를 포기한 그는 대전교도소에서 사형수로 수감 중이다. 당시 정씨는 금품을 훔치다 들키면 흉기나 둔기 등으로 잔혹하게 목격자를 살해하는 등 잔혹한 범행으로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그는 살해 동기에 대한 조사에서 “내 속에 악마가 있었던 모양”라고 말해 수사관들을 놀라게 했다.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출장마사지사 등 21명을 살해한 뒤 11명을 암매장한 연쇄살인마 유영철(46)은 정두영을 자신의 롤모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전교도소 관계자는 “정씨가 탈옥을 시도한 것은 맞지만 우왕좌왕하지 않고 신속하게 검거했다”며 “자세한 내용은 감찰결과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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