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위원 학부모 김영란법 대상…학부모회 임원은 제외

중앙일보

입력 2016.09.28 02:34

업데이트 2016.09.28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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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 도곡동에 사는 조모(46·여)씨는 최근 사립고 교사인 남편으로부터 “앞으로 어디 가서 커피 한 잔 얻어먹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 무슨 말인지 되묻자 남편은 “교사 배우자도 김영란법 대상자”라고 답했다. 조씨는 “자주 만나는 모임에 남편 학교 학부모도 있다. 그동안엔 돌아가며 커피를 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김영란법은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의 얘기인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시행 직전까지 헷갈린 학교 현장
연대 “조기취업 학생 결석 인정 조심”
교육부 “학칙에 특례규정 만들면 돼”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자 수는 400만 명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부정청탁을 하거나 금품을 제공한 사람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적용 범위는 더 넓어진다. 이 때문에 시행 직전인데도 자신이 적용 대상인지, 어떤 행위를 하면 안 되는지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학교폭력대책위원회(학폭위) 민간위원을 맡고 있는 김재선(46·여)씨는 자신이 김영란법 대상자인지 시행 하루 전 학교의 안내를 받고서야 알게 됐다. 법령(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의해 구성된 위원회의 위원일 경우 적용 대상자라는 설명이었다. 김씨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뉴스를 봤는데 규정을 다시 살펴봐야 할 것 같다. 가해자 학부모가 무턱대고 찾아와 선처를 바랄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폭위와 마찬가지 이유로 학교운영위원회(초·중등교육법 근거)의 민간위원 또한 법 적용 대상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학부모회’ 소속 민간위원은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김덕희 서울시교육청 청렴총괄팀장은 “법령(조례)에 의해 성립되긴 했지만 위원회 역할이 교육활동 지원이지 특정 사안의 결정·심의가 아니기 때문에 소속 위원은 법 적용 대상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대학도 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연세대는 시행 하루 전인 27일 전 직원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정부의 담당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도 시행 초기에는 많은 혼란이 있을 것으로 안내하고 있다”며 특히 조심해야 할 행동 12가지 사항을 강조했다. ▶학생이 성적 정정을 요청하는 경우 ▶학생이 조기 취업에 따른 결석계를 제출해 출석을 인정해 달라고 하는 경우 ▶학생이 선물을 제공하는 경우 ▶평교수가 보직교수에게 식사 제공을 하는 경우 등이다.

고려대의 A학과장은 8월 말 방학 기간 중 취업을 한 학생으로부터 “남은 6학점을 일주일에 한 번 오후에 나와 수업을 듣는 것으로 대체하고 싶으니 도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해당 학부 교수들과 논의한 끝에 부탁을 거절해 학생은 휴학을 결정했다. A교수는 “시행 초반이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하다 보니 학생들이 피해를 볼까 걱정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자 교육부는 시행 이틀 전인 26일 대학 측에 공문을 보내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칙을 개정해 취업 학생에 대한 특례규정을 마련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관련 기사 대법 “공식행사 5만원 식사 사회통념 어긋난다 볼 수 없다”

각종 민원이 적지 않은 병원도 김영란법 시행으로 긴장하고 있다. 26일 서울대병원은 “부정청탁금지법을 적용받는 공공기관으로서 환자나 환자 가족으로부터 제공되는 감사의 선물도 받을 수 없다. 성원과 격려의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는 내용의 포스터를 수납 창구 등 환자와 보호자가 잘 볼 수 있는 곳에 붙였다. 또 다른 대학병원은 ‘부정청탁금지법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공지 글을 올려 부정청탁금지법의 의미와 행위 유형 등을 설명했다. 이 대학병원 법무팀은 “지인이 아프다고 하는데 내가 보는 진료 분야면 예약을 잡아줘도 되느냐”는 의과대학 교수의 질문에 “안 하는 게 좋다”고 답변했다.

노진호·전민희·서영지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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