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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몸사리기 들어갔나…8월 청약 열기 뜨거웠지만 인·허가 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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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분양 열기가 지속하는 가운데 지난달 전국에서 인·허가를 받은 주택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은 인·허가를 받은 뒤 착공에 들어가 2~3년 뒤에 완공되기 때문에 인·허가 건수는 주택시장의 향후 공급 물량을 가늠할 수 있는 선행지표 성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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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인허가 물량은 전국 5만4832가구로 지난해 8월보다 20.8% 줄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 인·허가 물량이 줄어든 것은 지난 7월(-25.9%)에 이어 두 달 연속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달 인·허가 실적이 6197가구로 전년 동월 대비 26.9% 감소했고, 경기도는 1만3272가구로 1년 전보다 36.5% 줄었다.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가 3만5872가구로 1년 전보다 26.9% 줄었다. 아파트 외 주택(연립·다세대 등)도 6.1% 줄어든 1만8960가구가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청약 41만명, 분양권 거래 4조원
내년 이후 시장 불확실성은 커져

인·허가가 감소한 것은 내년 이후 분양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이탁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내년엔 공급 과잉, 금리 인상 우려 등으로 주택시장에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예상돼 건설사들이 공급 물량 조절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청약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다음달부터 1인당 중도금 대출 보증건수를 최대 4건에서 2건으로 줄일 방침인 데다 연내 주택담보대출 등에 총체적상환능력(DSR) 심사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DSR은 새로 대출을 받을 때 기존 금융권 대출 전체의 만기와 금리까지 감안한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수준을 보는 것이다. 여기다 12월께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공공택지 같은 땅이 부족해 건설사들이 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것도 인·허가 물량이 감소한 이유”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급 물량 축소를 단언하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인·허가 실적이 역대 최대 수준이었던 지난해와 비교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 상황만으론 공급 추세가 꺾였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인·허가 물량이 줄긴 했지만 분양 물량은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사 입장에선 시장 상황이 좋을 때 분양을 많이 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음달에만 전국에서 9만6000여 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다. 10월 분양 물량으로는 2000년 이후 최대치다. 한 대형 건설사의 주택담당 임원은 “올 가을에 분양 물량을 최대한 소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8월 아파트 분양시장 열기는 뜨거웠다. 분양 현장엔 주택 수요자가 북적였고 청약 경쟁률이 치솟았다. 고분양가 논란을 낳았던 서울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가 평균 100대 1로 올해 수도권 청약 경쟁률 기록을 새로 쓴 게 단적인 예다. 분양권 시장도 비슷하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달 신고된 전국 분양권 거래금액은 4조852억원으로 지난해 8월보다 30% 증가했다. 분양권에 붙은 웃돈도 뛰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분양권의 웃돈 총액은 2023억원으로 1년 전보다 30% 늘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전세 만기에 맞춰 입주하려는 실수요자는 물론 웃돈을 붙여 되팔려는 투자자의 발길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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