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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달려나갈 듯한 야생마 … 고속에서 급제동했을 때 반응도 ‘동물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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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카마로SS는 고성능 LT1엔진으로 453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도 4초대에 끊는 성능을 자랑한다. [사진 한국지엠]

간만에 질주 본능을 자극하는 ‘짐승차’가 나타났다. 한국GM 카마로SS 얘기다. SS는 카마로의 고성능 버전이다. 6세대 카마로는 후륜구동에 8단 자동변속기, 8기통 6200cc 엔진을 얹었다. 최고 출력 453마력, 최대 토크 62.9㎏f·m의 성능을 낸다. 가격은 5098만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최고란 입소문을 타고 6월 출시한 뒤 현재까지 사전 계약만 750대를 기록했다. 2011년부터 5년간 5세대 카마로 판매량(274대)의 3배 수준이다.

타봤습니다│카마로SS

실물로 만난 카마로는 당장 달려나갈 듯한 야생마를 연상시켰다. 낮은 차체에 길고 두터운 엔진룸이 위압감이 들게 했다. 2개 문짝을 여는 느낌이 묵직했다. 운전석에 앉자 차에 폭 파묻힌 느낌이 들었다. 유리창 면적을 줄여 시야가 빠듯했다. 인테리어는 운전자 중심으로 살짝 기울어지게 디자인했다. 8인치 디지털 디스플레이 계기판엔 코너에서 차체가 얼마나 쏠리는지 가늠할 횡가속도, 정지 상태에서 시속 200㎞까지 가속했다 다시 멈출 때까지 시간을 재는 타이머까지 챙겼다. 항공기 엔진 모양의 커다란 송풍구가 다이내믹한 느낌을 살렸다.

가죽 질감이나 스티치(바느질) 마감, 대시보드 디자인은 유럽산 스포츠카에 비해 투박했다. 터치스크린이 일반 차량과 달리 바닥으로 향해 있어 다소 어색했다. 뒷좌석은 있긴 하지만 사실상 포기해야 할 정도로 좁다. 레그룸(다리 공간)이 거의 없어 어린 아이도 겨우 앉을 정도다. 가방이나 간단한 짐을 두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법 밖에는 없을 것 같았다.

서울 여의도에서 출발해 올림픽대로 가양대교~동작대교 구간을 포함한 서울 도심 50㎞ 구간을 시승했다. 시동을 걸자 ‘부웅’ 하는 배기음이 뿜어져나왔다. 투어 모드에서 느린 속도로 달릴 때는 스포츠카인지 못 느낄 정도로 승차감이 부드러웠다. 가속 페달에도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스포츠·트랙 모드로 바꾼 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자 ‘우르릉’ 하는 배기음을 내며 용수철 같이 튀어나갔다. 자연흡기 방식 엔진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응답성이다. 페달을 조금만 깊게 밟아도 온 몸이 시트에 파묻힐 정도의 가속력을 뿜어냈다. 순식간에 시속 150㎞(정지→시속 100㎞ 4초)에 이르는 가속감에 속이 후련했다. 그러니까 카마로 SS는 매일 타고 다닐만한 고성능 자동차다.

쭉 뻗은 직선 도로를 달릴 땐 유럽산 고성능 스포츠카 못지 않았다. 고속에서 급제동했을 때 반응도 빨랐다. 다만 칼날 같은 코너링 감각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고속에서 코너링할 경우 차량 뒷부분이 살짝 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내 주행에선 세단 못지않게 정숙하다. 서스펜션(현가장치)도 스포츠카치고는 부드러워 도로 위 요철·과속방지턱을 넘는데 부담이 없었다.

급가속·급제동을 반복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시승 후 평균 연비는 L당 4.3㎞에 불과했다.(공인 연비 L당 7.8㎞). 배기음을 들으려 엔진분당회전수(RPM)를 높이거나 시내 주행을 반복하면 연비는 L당 2.5km까지 떨어졌다. 시속 90㎞로 정속 주행했을 때만 L당 연비가 14㎞ 수준이었다. 50km 주행했을 분인데 연료칸이 두 칸이나 떨어지는 건 부담스러웠다.

비싸고 좋은 차는 많지만 싸고 좋은 차는 드물다. 카마로SS는 후자다. 직접적인 경쟁 모델인 포드 머스탱 5.0 GT만 하더라도 국내에선 6000만원이 넘는다. 게다가 미국에선 카마로가 머스탱보다 더 비싸게 팔리고 있으니 ‘반가운 역차별’이다. 물론 굳이 가성비란 수식어 없이 차 자체만 봐도 썩 괜찮다. 미국 본토 차를 적극적으로 들여오려는 한국GM의 전략에 올라타 ‘짐승차’의 위력을 실감하고 싶다면 고려해 볼 만한 신차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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