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시 툭 치고 휴대폰 건네자 기꺼이 사진사 된 오바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립흑인역사문화박물관 개관식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휴대전화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와 흑인 가족 참석자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사진 부시 인스타그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국립흑인역사문화박물관 개관식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사진사가 됐다.

이날 개관식에 참석했던 부시 전 대통령은 한 흑인 가족과 휴대폰으로 셀카를 찍다가 여의치 않자 앞에 서 있던 오바마 대통령의 등을 툭 치면서 휴대폰을 건넸다. 참석자들과 열심히 악수를 하고 있던 오바마 대통령은 뒤로 돌아선 뒤 흔쾌히 휴대폰을 받아 들곤 부시 전 대통령과 흑인 가족들이 함께 하는 사진을 찍어줬다.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사진을 찍어주는 예상치 못했던 장면이 담긴 CNN 동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퍼졌다. 허핑턴포스트는 이 상황을 글로 옮기며 “놀랍다. 정말 좋다”고 보도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대통령들도 우리와 똑같다”고 평했다.

이 박물관은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건너온 뒤 1960년대 인권운동을 거쳐 미국 사회의 축으로 자리잡은 흑인들의 애환의 역사를 담았다. 스미스소니언 재단에 속한 박물관으로, 2003년 건립 관련 법안에 처음으로 서명했던 대통령이 부시 전 대통령이다. 이곳에 오바마 대통령 부부와 부시 전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참석하며 미국 국민들에게 흑백 갈등을 극복하자는 말없는 메시지가 전달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곳은 단지 흑인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모든 미국인의 것”이라며 “이 박물관은 ‘우리 모두가 미국’ 임을 역설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의 영광은 승리로부터만 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최고의 이상에 맞춰 계속 우리를 바꾼 데도 있다”며 “나 또한 미국이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 박물관은 진실을 위한 우리의 헌신을 보여준다”며 “위대한 나라는 역사를 감추지 않으며 오점을 직시해 이를 바로잡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개관식 행사에선 미셸 오바마 여사가 부시 전 대통령을 옆에서 껴안는 장면도 등장했다. 이 사진도 트위터 등에서 퍼졌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이게 미국이다! 우리는 생각이 달라도 서로를 증오하지 않는다!”라고 올렸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