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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글로컬] 보름 새 사고 3건…부산 곰내터널 ‘인재’ 방치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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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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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우
내셔널부 기자

부산 금정구 회동동과 정관 신도시를 잇는 길이 1.8㎞의 곰내터널. 2009년 개통되면서 차량 주행시간이 기존 40분에서 10분 정도로 줄어 시민 편의가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개통 7년이 지난 요즘 곰내터널은 ‘마(魔)의 터널’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최근 보름 새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3건이나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오전 11시40분쯤 기장군 정관 방향 곰내터널에서 윤모(45)씨가 몰던 3.5t 트럭이 터널 벽을 들이받은 뒤 넘어졌다. 지난 12일 오전 6시6분쯤에는 이모(61)씨가 몰던 트레일러가 전도됐다. 지난 2일에는 유치원생 21명과 인솔교사 등 23명이 탄 25인승 버스가 터널 벽을 들이받고 넘어지기도 했다. 큰 인명피해가 없었던 게 다행이었다.

비슷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터널의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으로 지적됐다. 부산경찰청·부산시는 세 건 모두 비가 오는 날 발생했다는 점에서 제한속도 80㎞/h 구간에 빗길 감속 운행을 하지 않은 것을 우선 원인으로 꼽았다. 터널이 위치한 정관산업로는 교통량이 많지 않은 곳으로 평소에 100㎞/h 이상 과속하는 차량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노면이 빗물로 젖은 상태에서 감속하지 않고 달리던 차량이 제동을 걸 경우 미끄러지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방향 터널은 4도가량 아래로 기울어져 있는 내리막 도로로 언제든 제한속도를 넘겨 운행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차량 감속을 유도하는 대책은 터널 출구 쪽에 설치한 그루빙(도로 노면에 홈을 파 속도를 줄이는 방법)과 터널 입구 쪽 과속단속 카메라가 전부였다.그루빙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부산이 전국 터널사고 1위라는 지적을 받고 나서야 부산시설공단이 지난 4월 부랴부랴 설치했다. 하지만, 최근 사고 모두 터널 안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이마저도 제 구실을 하지 못한 셈이다. 공단은 뒤늦게 정관방향 터널 안 전 구간에 그루빙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터널 배수도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개선키로 했다. 부산경찰청도 금정구 회동동 회동 IC에서 기장군 정관읍 곰내터널 입구까지 12㎞ 구간의 제한속도를 시속 80㎞에서 70㎞로 줄이기로 했다.

곰내터널이 지난 5년간 전국에서 사고가 많은 터널 8위(18건)를 기록한 것을 보면 사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기만 하다. 유치원 버스 전도 사고에서는 시민들이 버스에 갇힌 어린이들을 구한 영웅담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최근 연이어 발생한 지진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는 시민들에게는 영웅담보다 마의 터널이라는 오명을 벗었다는 뉴스가 더 와닿지 않을까.

강승우 내셔널부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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