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이 ‘수퍼 마리오’ 캐릭터로 변신했다.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구단은 공식 소셜미디어(SNS)에 일본 게임 캐릭터인 수퍼 마리오 의상을 차려입은 오승환의 모습을 22일 공개했다. 오승환은 마리오 형제 중 동생 루이지의 복장인 녹색 티셔츠에 청색 멜빵 바지를 착용했다. 여기에 녹색 모자를 쓰고 흰 장갑을 끼고 콧수염까지 달아 루이지 캐릭터를 재현했다. 오승환의 통역을 맡고 있는 구기환씨는 루이지의 형 마리오 의상을 입었다. 원래 오승환이 마리오 의상을 입으려고 했지만 사이즈가 작아 루이지 옷을 입었다고 한다.
오승환, 통역과 게임 캐릭터 변신
우스꽝스러운 옷 입고 원정 출장
빅리그 독특한 루키 신고식 전통
돌부처(Stone Buddha)로 불리는 오승환이 근엄함을 내려놓은 건 MLB의 독특한 ‘신인 신고식’ 문화 때문이다. 현지에선 ‘루키 헤이징(Rookie hazing·신인을 괴롭히는 일)’, ‘루키 드레스 업 데이(Rookie dress up day·신인이 잘 차려입는 날)’ 등으로 불린다. 빅리그에서 첫 시즌을 맞이한 신인 선수들이 톡톡 튀는 의상을 입고 원정경기에 나서는 이벤트다. 매년 9월 1일 MLB 엔트리가 40명으로 확대된 후 신고식을 치른다. 한국·일본에서 11년을 뛴 오승환도 MLB에서는 신인이기에 동참했다. 마운드에선 좀처럼 표정 변화가 없는 오승환이지만 이날은 우스꽝스러운 자신의 모습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올해 빅리그에 데뷔한 최지만(25·LA 에인절스)도 지난 19일 스모 선수로 변신했다. 자신보다 덩치가 훨씬 큰 스모 선수를 표현하기 위해 거대한 살색 의상을 입었다. 온몸을 감싼 의상을 입은 최지만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텍사스 원정경기를 떠났다.
2013년 류현진(29·LA 다저스)은 당시 미국의 인기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에 나온 유령 캐릭터인 ‘마시멜로맨’으로 변신했다. 류현진은 마시멜로맨 탈까지 써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지난해 MLB에 입성한 강정호(29·피츠버그)는 인기 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악당 캐릭터 ‘리들러’로 변신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18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무릎을 다쳐 수술을 받아 사흘 후 열린 신고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 1994년 한국 선수 최초로 MLB에 진출했던 박찬호(43·은퇴)는 다저스 신인 신고식 때 새로 장만한 수트를 가위로 난도질 당하자 화를 내기도 했다. 박찬호는 “ 내가 아시아 선수라서 얕잡아 본 줄 알고 화를 냈다”고 회상했다. 2013년 37세 나이에 시카고 컵스에 입단한 임창용(40·KIA)은 당시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신고식을 치르지 않았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MLB의 신인 신고식 전통은 30~40년은 됐다. 짓궂은 선배들이 신인들의 군기를 잡기 위해 호된 신고식을 치르게 했다. 요즘은 신인 뿐만 아니라 고참 선수와 코치들도 기발한 의상을 입고 나오는 유쾌한 전통이 됐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