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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거대하게 솟구치는 우변 검은 파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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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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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강전 1국> ●·커 제 9단 ○·강동윤 9단

4보(30~45)=좌상귀 쪽 쌍방의 절충은 호각이지만 심리적으론 ‘백이 좋을 것’이라는 검토진의 계산을 꾸짖기라도 하듯 예상을 벗어난 수순으로 호각의 형태를 이끌어낸 커제의 기분이 좋다. 우하귀 쪽 30은 당연한 선공. 좌상 일대에 쌓은 구름 같은 두터움을 살리려면 진형의 날개를 활짝 펴야 한다. 30은 그런 공수 겸용의 요소. 백의 품을 넓히면서 흑이 날개를 펼 수 없도록 사전 견제하는 의미가 있다.

좌하귀 32의 붙임은 준비된 수. ‘참고도’ 흑1로 올라서면 백2의 협공이 안성맞춤. 흑3이면 백4, 6으로 발 빠르게 요소를 선점하겠다는 게 강동윤의 책략이다. 하변 백의 형태가 다소 엷지만 흑의 세력이 우변으로 편재돼 백이 활발한 구도.

비슷한 그림을 그려보고 마땅치 않은 결과라고 판단했을까. 커제는 ‘참고도’의 진행을 거부하고 33으로 하변을 선점했다. 이렇게 되면 강동윤의 구상도 바뀔 수밖에 없다. 한숨 돌리듯 좌상귀로 손을 돌려 34부터 38까지 두터움을 굳히고 돌아와 40의 호구로 눌러간다. 41은 ‘마이웨이’. 호구로 제압당한 좌하귀가 크지만 백 한 점(30)을 고스란히 삼키면 이쪽도 작지 않다. 42는 쌍방 견제의 급소. 커제는 43으로 하나 젖혀두고 우상 쪽 45로 날아오른다. 출렁, 거대하게 솟구치는 우변의 검은 파도.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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