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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의 괴력…한국땅 96배 중국서 평균 배송 ‘2.6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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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 지난 20일 중국 쑤저우(蘇州)에 있는 물류 창고 운영업체인 에이로그(ALOG)의 창고.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쇼핑몰 에서 판매되는 상품이 가득 보관돼 있다. 주문이 들어오자 빅데이터 시스템이 해당 상품의 창고 내 위치부터 필요한 포장 상자의 수와 크기, 담당 택배 회사와 배송 트럭까지 정한다. 단 15초면 된다. 지안팡 매니저는 “15초 안에 가장 효율적인 배송 방식이 결정되고 포장은 3분이면 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주문 접수부터 30분 내 상품이 출고된다. 에이로그는 알리바바의 물류 계열사인 차이냐오(菜鳥) 에서 제공한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쓰고 있다. 차이냐오를 통해 중국 전역으로 배송되는 제품들은 에이로그 같은 수많은 협력 회사와의 협업의 결과다.

상품 위치와 가장 빠른 택배회사
빅 데이터 이용해 15초 만에 결정

“아마존이 수퍼 컴퓨터라면 차이냐오 네트워크는 클라우드컴퓨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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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차이냐오 글로벌 기자 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낸 주디통 대표가 목소리를 높였다. 2013년 설립된 차이냐오는 알리바바가 지분 47%를 보유하고 있다. 아마존은 대형 화물기를 대여해 배송하는 등 직접 배송을 확대하고 있다. 수퍼 컴퓨터처럼 여러가지 역할을 직접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알리바바는 물류 창고나 택배 차량을 소유하지 않는다. 대신 차이냐오가 데이터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물류 창고나 택배 업체들과 협업하는 시스템이다. 주디통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중국 전역에 24시간 내, 해외에는 72시간 내에 배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에게 차이냐오는 어떤 회사냐고 물었더니 물류 창고를 만들거나 직접 운송하는 회사가 아니라고 하더라. 대신 데이터로 네트워크를 만들고 전자상거래 물류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함께 가야 멀리, 빨리 간다’고 주장하는 차이냐오는 협력사에 표준화된 전자 송장과 주소 데이터 등도 제공한다. 빅데이터 시스템으로 분석하면 소비자가 물건을 주문한 뒤 15초 만에 어떤 창고에서 어떤 택배회사를 거치면 가장 효율적으로 도착하는 지를 정한다. 완린 차이냐오 네트워크 부사장은 “비용을 줄이면서도 확장성이 크다는 점이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협업의 결과는 벌써 드러나고 있다. 2014년 중국 내 평균 배송 기간은 3.1일이었지만, 지난해 2.6일로 줄었다. 물류 창고에서 600㎞ 이내 지역에는 주문 다음날까지 배송이 가능하다. 차이냐오 관계자는 “한국의 당일 배송 서비스를 생각하면 다음날 배송이 느려보일 수 있지만, 중국 영토 면적이 한국의 96배라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느린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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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냐오는 또 중국 택배 물량의 70%에 해당하는 4200만 건을 매일 처리한다. 이들이 커버하는 곳은 전세계 224개 국가와 지역, 중국 내 2800개 지역이다.

빨라진 배송과 늘어나는 배송 물품 뒤에는 사전 예측 시스템이 있다. 재고나 과거 판매량, 소비 패턴을 분석해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지역의 창고에 미리 제품을 운반해 두는 식이다.

알리바바와 차이냐오는 협업의 범위를 해외로도 넓히고 있다. 이미 러시아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해외직구몰)가 1위다. 비결은 약 2년 전만 해도 두 달 넘게 걸렸던 배송 기간을 10일로 단축한 거다. 차이냐오는 러시아 우정 당국과 협의해 전자 통관 시스템을 만들었다. 덕분에 제품이 아직 항공기 안에 있더라도 세관 신고와 통관 수속이 가능해졌다. 차이냐오는 영국 로열 메일과 스페인 포스트 등 세계 각국 우정 기관과도 협정을 체결해 이들 나라에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

드론 쪽에도 알리바바와 아마존의 행보가 갈린다. 알리바바의 경쟁자 아마존은 드론 배송에 집중하고 있다. 아마존이 개발한 드론 배송 시스템 ‘프라임 에어’는 2.3㎏ 이하 상품을 16㎞ 범위 안에서 30분 내 배송할 수 있다. 영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시험비행을 앞두고 있다. 반면 알리바바는 중국 내 제도적 제한 등을 이유로 드론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는다. 대신 로봇 개발이 한창이다. 주디통 대표는 “지난해 말 ‘ET랩’을 설립해 로봇을 개발하면서 노동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항저우=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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