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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북제재 새 가능성 보인 중국 훙샹그룹 단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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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에 핵 물자 판매 등 북한과의 검은 거래를 통해 기업을 키워 온 중국 랴오닝훙샹(遼寧鴻祥)그룹이 철퇴를 맞게 된 사건은 대북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루캉(陸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해당 기업의 위법 행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이 그룹 마샤오훙(馬曉紅) 대표는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2000년 설립된 훙샹그룹은 북한과의 교역을 중심으로 창업 16년 만에 계열사 10여 개, 직원 680여 명의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계열사 중엔 단둥(丹東)의 대표적 북한 식당 류경식당이 있다. 훙샹은 또 북한 해킹부대의 해외 거점 중 하나인 선양(瀋陽) 칠보산호텔의 지분 30%를 갖고 있다. 북한과의 끈끈한 관계를 시사한다. 문제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며 북한과 불법 거래를 했다는 점이다. 2011년부터 5년간 5억3200만 달러어치의 물품을 북한과 거래했는데 이 중엔 핵·미사일 개발에 언제든지 전용할 수 있는 물자 4가지도 포함됐다. 국제사회가 아무리 제재를 외쳐도 효과를 볼 수 없었던 궁금증이 풀리는 대목이다. ‘중국 뒷문’이 이처럼 활짝 열려 있으니 북한이 “제재는 공기처럼 익숙하다”며 호기를 부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 사건은 중국 당국이 자발적으로 밝혀낸 게 아니라 지난달 미국 법무부 검사들이 두 차례나 중국을 방문해 증거를 제시하며 중국을 압박한 데 따른 결과다. 결국 이번 케이스는 이제까지 대북제재에 수동적이던 중국을 제대로 움직여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구체적이고 명백한 증거 제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중국에 제재에 동참하라고 소리만 칠 게 아니라 중국이 동참하지 않을 수 없도록 구체적 물증을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제재의 목표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는 데 있는 만큼 제재 이후의 국면에 대해서도 섬세한 준비가 필요하다. 북한이 대화에 응할 때 얼마나 큰 혜택을 보게 되는지도 깨우쳐 줘야 한다. 채찍은 당근과 함께 갈 때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