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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누진제 폐해 심각하게 드러낸 8월 ‘전기요금 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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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기요금 ‘폭탄 고지서’가 날아들 것이라는 국민들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이 한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가정용 전기 사용량은 7월보다 31.4% 늘어난 66억8800만 킬로와트시(㎾h)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전이 거둬들일 요금은 65.5% 급증한 9469억원에 달한다. 폭염으로 에어컨을 트느라 7월보다 더 쓴 전기에 대해 국민들이 두 배가 넘는 값을 치러야 한다는 얘기다.

불합리한 누진제가 부른 요금 폭탄이다. 전체 2267만 가구 중 72%인 1628만 가구의 8월 전기료 부담이 전달보다 커졌다. 특히 누진 5~6단계에 해당하는 가구는 114만 가구에서 603만 가구로 다섯 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들이 낸 전기료가 가정용 전체의 61%를 차지한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도 8월 전기요금이 6월보다 2배 이상인 가구가 300만 가구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이 중 106만 가구는 3배 이상, 24만 가구는 5배 이상의 요금을 내게 됐다.

이들이 에너지를 낭비했다면 요금을 더 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러지 않으니 불만이 폭증하고 원성이 자자해진다. 지난 8월은 유례없이 긴 폭염이 계속됐다.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밤잠을 이루기 어려운 열대야도 기승을 부렸다. 정상 생활과 생존을 위해 냉방을 위한 전기 사용이 불가피했다. 이에 대해 최대 12배에 달하는 징벌적 요금을 매기는 게 합리적이냐는 의문이 드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3시간 반만 켜면 요금 폭탄을 맞지 않는다”고 버티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한시적인 요금할인을 발표했다. 이마저 없었다면 8월 전기료가 어디까지 치솟았을지 가늠키 어렵다.

전기료 누진제 논란은 올겨울에도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난방용 전력수요가 급증해 여름철 못지않게 전기 사용이 많아진다. 특히 전기장판이나 히터를 많이 쓰는 저소득층과 서민층의 부담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정치권 합동 누진제 태스크포스(TF)는 하루빨리 개선책을 내놓기 바란다.